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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명가게’ 김희원 감독이 밝힌 캐스팅부터 장면 설계까지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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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영상화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연출한 배우 김희원.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영상화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연출한 배우 김희원.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야, 이거 방탄 유리야!”라며 이죽거리던 2010년 영화 ‘아저씨’의 김희원을 기억하는가. 성큼성큼 자동차 위로 올라와 분노에 휩싸여 총을 쏘는 차태식(원빈)의 집요함에 점점 두려움으로 변해가는 만석(김희원)의 얼굴은 ‘아저씨’의 명장면 중 하나다.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데뷔한 김희원에게 밝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순간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 가까이 연극 극단에서 활동하면서 오랜 무명 배우의 시간을 보낸 김희원은 ‘아저씨’ 이후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미성년’, ‘판소리 복서’, ‘담보’,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비롯해 드라마 ‘미생’, ‘눈이 부시게’, ‘무빙’ ‘한강’ 등의 작품에서 주조연을 맡으며 영역을 넓혔다. 

그런 김희원이 강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옮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의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18일까지 8부작 전체가 공개된 ‘조명가게’는 미스터리한 존재들이 어두컴컴한 골목의 끝에서 환한 빛을 내는 조명가게로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헤매는 존재들에 얽힌 비밀을 기묘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조명가게’의 인물들이 빛에 이끌려 생의 의지를 되찾은 것처럼, 연출자인 김희원은 희망과 위로의 시선을 소중하게 모아 작품에 담았다. 

이야기를 전부 공개하고 시청자의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는 김희원 감독을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연출작에 갖는 부담감부터 강풀 작가와의 작업 과정, 동료 배우들을 대하는 감독의 마음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어두운 골목길 끝자락에서 환한 빛을 내는 조명가게의 모습. 사진제공=디즈니+
어두운 골목길 끝자락에서 환한 빛을 내는 조명가게의 모습. 사진제공=디즈니+

● 첫 연출작, 우려와 기대 사이 

영화도 아닌 드라마를 처음 연출한 김희원의 도전에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다. ‘처음’이기 떄문이다. 김희원은 “아직도 제가 감독이라고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하루에도 감정기복이 많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감독’이라는 위치에 갖는 부담을 밝혔다.

“배우와 감독으로 작품을 대할 때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작품을 준비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그렇죠. 감독에 도전하면서 창피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조명가게’에 출연한 배우들과도 개인적으로 친한데, 만약 작품이 잘 안되면 앞으로 얼굴을 어떻게 보나 싶었어요. 다른 감독들 입장에서는 제가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걱정이 컸는데 재밌다는 반응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사실 김희원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97학번으로 원래 연출을 전공했고, 극단 활동에 집중한 시기인 2008년에는 창작 뮤지컬 ‘빨래’를 제작하기도 했다. 연기를 시작해 배우로 먼저 주목받았지만 연출에 관한 관심은 놓지 않았다.

“평소에도 틈틈이 연출 공부를 했다”는 김희원은 ‘조명가게’ 연출을 맡은 뒤부터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고 돌이켰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부터 “스태프들과 많이 소통했다”는 그는 “4회의 마지막 롱테이크 장면이나 버스 사고 같은 신들도 혼자 장난감 모형 같은 것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구상해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스태프들한테 이야기했는데 ‘재미없어요’ 같은 반응이 돌아오면 ‘안 할게’라고 답했어요.(웃음)” 

● 강풀 작가의 웹툰 세계를 드라마로 옮기며

강풀 작가의 세계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은 어땠을까. 김희원에게 ‘조명가게’의 연출을 제안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강풀 작가다. 제안의 이유를 여전히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김희원은 “작품을 볼 때 저의 캐릭터를 생각하지만 전체를 생각하며 분석하는 배우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라고 예측했다. 김희원은 지난해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정원고등학교의 체육교사 최일환 역을 맡아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의아했어요. 저의 추측이지만 ‘무빙’을 찍으면서 작가님에게 최일환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어요. 그는 초능력이 없잖아요. 최일환은 어떤 신념이 있어야만 목숨 걸고 싸울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의견을 말했더니 작가님이 설득됐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자신이 맡은 연기를 넘어 캐릭터의 전사 등에 더 많은 부분에서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강풀 작가가 연출을 제안한 것 같다는 의견이다. 

김희원은 “강풀 작가와 치열하게 이야기 나누었고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했다”고도 밝혔다. 

“대본을 먼저 봤고, 그 뒤 강풀 작가가 ‘조명가게’ 만화책 3권을 건네주었어요. 만화의 컷 안에 인물들의 가장 스페셜한 표정이 담긴다고 생각했어요. 영상에서는 연결이 중요하다보니 컷마다 생기는 공간과 사이를 잘 담아내야했어요. 캐릭터나 이야기의 변화를 잘 해석해야한다고 생각했고요. 강풀 작가님의 작품에는 어떤 정서가 있죠. 그런 정서를 잘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가 관건이었어요.”

연인이 죽은 줄 알고 세상을 떠난 지영을 연기한 설현의 모습. 사진제공=디즈니+
연인이 죽은 줄 알고 세상을 떠난 지영을 연기한 설현의 모습. 사진제공=디즈니+

밤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지영(설현)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말을 거는 현민(엄태구),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지 못하는 엄마 유희(이정은)의 심부름을 기억하고 조명가게를 방문하는 현주(신은수), 골목길에서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는 고등학생 기웅(김기해), 새로 이사 간 집에서 기이한 일을 겪는 선해(김민하)까지. 각각 단편적인 에피소드처럼 보이는 인물들은 어두컴컴한 골목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조명가게로 모인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조명가게의 공간은 중요했다. 

“조명가게의 공간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가장 신경을 썼다”는 김희원은 “조명가게 안의 모든 빛이 개개인을 뜻한다. 전구를 많이 달아야겠다고 구상했지만 혹시 모를 화재의 위험 때문에 생각한 것보다 적게 달아서 아쉽다. 임사체험(죽음에 가까워진 상태)을 경험한 분들은 ‘어두운 터널에서 빛을 봤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그런 명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저의 시선은 드라마 곳곳에 많이 들어있어요. 연출의 영역이 어디까지고, 작가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고민한 것 같아요. 만약 ‘다급하게 병원에 갔다’라는 지문이 있다고 칩시다. 지문 속의 병원을 가는 가는 행동은 그냥 찍으면 되지만 ‘다급하다’는 단어는 사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르지 않을까요.”

“‘다급하다’는 작가의 영역이고, 어떤 뉘앙스로 표현하는지는 연출의 영역인 것 같아요. 대본의 지문에 있는 단어들을 저의 가치관으로 해석했죠. 저한테 ‘조명가게’의 어두운 골목길은 저 끝에 밝은 빛이 보이는 이미지였죠.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바꾼 부분도 있지만 거의 매일 작가님을 찾아가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어요.(웃음) 작가님은 된다고 할 때, 저는 안 된다고 하기도 했고요.”

‘조명가게’는 후속 시리즈를 예고하면서 막을 내렸다. 앞으로 감독 김희원과 강풀의 협업이 계속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는 부분이다. 특히 마지막 회의 쿠키 영상에는 의외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풀 작가의 초능력 세계를 다룬 웹툰 ‘타이밍'(2005)부터 ‘어게인'(2009), ‘무빙'(2015), ‘브릿지'(2017)를 잇는 주인공 김영탁(박정민)은 물론 ‘무빙’의 주인공 장희수(고윤정)가 등장해 반전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강풀 유니버스’의 연결에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희원은 “쿠키 영상은 촬영이 모두 끝나기 일주일 전에 작가님이 준 대본을 받고 알게 됐다”며 “장소도, 배우 섭외도 급하게 진행했다. 쿠키 영상에 대해 따로 대화를 나누거나 회의를 하지는 않았고 재밌게 찍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딸 현주를 안고 있는 엄마 유희. 사진제공=디즈니+
딸 현주를 안고 있는 엄마 유희. 사진제공=디즈니+

● 김희원의 판단과 선택 그리고 이해

작품을 이끄는 연출자로 김희원은 매 순간 판단하고 선택하고 이해하는 일을 반복했다. 배우 캐스팅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20년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논란을 빚은 배우 배성우를 ‘조명가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형사 양성식으로 캐스팅한 선택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여러 후보가 있는데 굳이 논란의 중심인 배우를 캐스팅한 것에 대한 반감도 일었다.

김희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와 관련한 지적과 질문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작품만 생각하고 여러 회의 끝에 캐스팅을 했다”고 밝힌 김희원은 “다들 ‘배성우씨와 제가 사적으로 친해서 캐스팅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 예상한 반응이지만 그렇다고 캐스팅 과정에서 제가 배성우씨와 친하니까, 또한 그가 후회하고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희원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객관적으로 작품만 생각하자고 했어요. 최종적으로 그런 결론(배성우 캐스팅)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본다면 그 친구(배성우)가 후회를 많이 했어요. 저도 속상해서 욕도 많이 했죠. 또 그러면 다시는 보지 않는다고 했고요. 한번은 그 친구가 한 술자리에 있다가 술을 먹지 않고 운전을 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몰래 동영상을 찍었더라고요. 스스로 지구대를 찾아가서 불고(음주측정) 왔어요. 잘했다고 했습니다. 평생 그렇게 살라고요. 그 짐이 평생 짐으로 남아 있을 거예요.”  

오랜 기간 배우로 일한 경험은 감독 김희원이 배우의 마으을 이해하는 발판이 됐다. 단순히 디렉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에 담기는 배우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소통하는 연출자가 되도록 했다. ‘조명가게’에 출연한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엄태구, 신은수, 이정은, 김민하 등 배우는 입을 모아 “배우를 믿어주는 감독”이라고 김희원을 평가하고 있다.

“저는 지금도 제 연기에 만족을 못해요. 촬영이 끝나면 오늘 잘했나 못했나 생각하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에도 믿음이 생기지 않았었죠. 집에 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요. 아마 ‘조명가게’ 출연한 배우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면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라도 배우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했어요.”

디렉팅 방식도 배우마다, 캐릭터마다 각각의 특성에 맞춰 차이를 뒀다. 배우들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각 캐릭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김희원은 “예를 들어 유희 역의 배우 이정은에게는 ‘딸한테 전구를 무조건 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고, 현주 역의 신은수에게는 ‘넌 받으면 안 된다’라는 딱 두 가지만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현에게는 “귀신이니 어느 정도는 정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며 “그렇다고 세세한 각도까지 규정지어 디렉팅하지 않았다. 그러면 불편해서 연기를 못하게 된다”고도 말했다.  

“연출을 하면서 제가 상상한 것들을 찍고 그런 의도를 잘 봐주는 반응이 짜릿했어요. 희열을 느끼기도 했죠. 초반에는 내용이 헷갈린다는 분들도 많았잖아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재밌다는 분들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조명가게’ 이후 다른 작품의 연출 제안을 받는다면 김희원은 어떤 선택을 할까. “만약 연출 제의가 또 들어온다면요? 하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연출이나 배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하고 싶어요.”

배우 김희원은 '조명가게' 연출을 넘어 또 다른 작품으로부터 제안이 온다면 기꺼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우 김희원은 ‘조명가게’ 연출을 넘어 또 다른 작품으로부터 제안이 온다면 기꺼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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