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서류 송달을 연일 거부하고 대리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아 지난 14일 시작한 탄핵심판이 차질을 빚고 있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게 무색하게 윤 대통령은 헌재가 16일부터 20일까지 우편과 인편을 통해 순차적으로 보낸 탄핵심판 접수통지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 서류를 모두 접수하지 않았다.
관저에 우편으로 보내면 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하고, 대통령실로 보내면 수취인(윤 대통령)이 없다는 이유로 돌려보내는 식이다. 그 와중에 64세 생일 화환은 수령했다. 여권 인사들조차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잡범처럼 행동한다”는 질타가 나오는 형국이다.
이는 앞선 대통령 탄핵 사건과 대비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했지만 이번처럼 송달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다음날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결 닷새 뒤인 3월 17일 대리인단의 소송위임장과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헌재가 인편으로 약 1시간 만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송달을 끝냈다. 이후 7일 뒤인 16일 소송위임장과 답변서를 냈다.
계속 송달이 안 되거나 윤 대통령이 대리인을 늦게 선임한 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27일 예정된 헌재의 변론준비 기일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답변서가 탄핵심판에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계속 수령을 거부하면 공시송달·발송송달 등의 방법을 통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향후 절차적 흠결이나 공정성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헌재가 가급적 신중히 관련 절차를 처리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오는 23일 탄핵심판 관련 서류가 윤 대통령에게 ‘송달 간주’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해 밝히기로 했다. 송달 간주는 당사자가 서류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 법령에 따라 전달된 것으로 보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원론적으로 송달 장소에 놓아두고 송달로 간주하거나, 헌재 게시판에 게시한 뒤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거나, 전자 발송 1주일 뒤에 송달로 간주하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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