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이후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 화환이 쌓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주문한 화환을 배달 업체가 가져다 놓은 것이다. 두 곳에 놓여 있는 화환이 3100개를 넘어서면서 쓰레기 처리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일 대통령실에서 가까운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까지 이태원로 약 1.3㎞ 구간 양쪽 보도에 길게 화환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 놓인 화환은 약 2300개다. 또 종로구 헌법재판소 오른쪽과 북쪽 보도 200m 구간에도 화환이 5~7겹씩 겹쳐져 놓여 있다. 여기에는 약 850개의 화환이 놓여져 있다.
상당수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취지의 화환이다. 이런 화환은 지난 18일 윤 대통령 생일을 맞아 급증했다고 한다. 당시 헌재 앞에 화환을 놓을 곳이 부족해지자 한 시민이 대로변이 아닌 헌재 남쪽 골목길에도 화환을 놓게 해달라고 하면서 경찰이 이를 막기도 했다.
화환은 보행자 통행과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헌재는 화환이 놓여 있는 구간 양쪽 끝에 ‘여기서부터는 통행 지장 및 보행자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화환 설치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또 지난 15일 새벽에는 녹사평역 인근에 놓인 화환에 불이 붙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꽃은 다 얼어붙었고, 화환이 파손돼 잔해가 보도 위에 떨어지기도 한다.
지자체는 화환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용산구는 직원들이 화환이 놓인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화환은 개인이 갖다 놓은 것이고, (정치적으로도) 예민해 쉽게 치울 수 없다”면서 “화환을 치울 수 있는 근거 조항과 규정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헌재 앞 화환은 헌재 담장 바깥 쪽에 놓여 있지만 이곳도 헌재 부지에 속한다. 화환을 처리하더라도 구청이 아닌 헌재가 해야 한다는 게 종로구 설명이다. 헌재 관계자는 “화환은 소유권 문제도 있어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렵다”며 “총무과에서 화환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 상황과 관련해 화환이 대량으로 놓이는 일은 전에도 있었다. 헌재 앞에는 2022년 9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취지의 화환이 놓인 적이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공개 변론이 헌재에서 열렸고, 한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직접 헌재에서 변론을 했다. 헌재 관계자는 “그 때는 지금처럼 화환이 많지도 않았고, 화환을 배달한 업체가 다시 수거해갔다”고 말했다. 화환 업체는 주문자가 요청하고 돈을 보내면 배달한 화환을 수거해가기도 한다.
국회 앞에는 2022년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에 당선돼 첫 등원할 때 응원하는 취지의 화환이 많이 놓였다. 당시 국회는 영등포구에 처리해달라고 요청해 해결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화환은 소유주가 분명치 않아 주민이나 국회가 민원을 넣으면 그때 구청이 처리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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