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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연말 항공권 할인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진한 내수 소비와 환율 급등에 해외 관광 증가세가 꺾인 상황이 성수기인 연초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여행 불씨를 살리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주요 LCC들의 통합도 예정되어 있어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LCC들은 12월 내년 1분기에 사용할 수 있는 특가 항공권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진에어는 이달 22일까지 내년 3월 29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인천~괌, 부산~괌 노선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400명에 한정해 인천~괌 노선은 10% 할인, 부산은 3~5만원의 할인을 제공한다. 제주항공도 내년 3월 29일까지 탑승하는 일본 전 노선에 대해 특가 행사와 2월 말까지 탈 수 있는 동남아시아 노선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22일까지 유럽과 일본, 동남아시아 노선에 대한 할인 행사를, 이스타항공도 연말까지 국제선 전 노선에 대해 15% 할인에 돌입했다. 에어프레미아도 미주노선과 아시아노선에 대한 최대 20% 특가 항공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LCC들이 연말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하강 기류를 타고 있는 해외 관광 수요가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해외관광객수 증가율은 1월 55.5%, 5월 34.8%를 기록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6월 25.2%, 8월 12.7%로 주춤하면서 10%대의 증가율에 머물고 있다. 해외 관광 수요를 짓누른 원인은 내수 위축과 환율 급등이다. 한국은행은 카드사용액이 줄어드는 등 경제심리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2.4%에서 2.1%로 조정했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1.9%대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10월 135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에는 1450원을 찍기도 했다. 환율이 뛰면 해외 소비에 대한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항공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 올해 1분기 LCC의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고 티웨이항공도 역대 최대 매출을 보이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LCC들은 연말의 소비 위축과 환율급등이라는 동반 악재를 만나 내년 1분기에는 역성장할 위기감에 빠진 것이다. LCC들이 이달 일본과 동남아, 괌 등 주요 관광지에 대한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것도 겨울방학인 연초 가족여행 수요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설상가상으로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은 항공사들은 합병과 적대적 인수합병(M&A)가 이뤄질 내년 상반기에 불리한 위치에 놓일 우려도 있다. 내년 상반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라 양사 산하에 있는 진에어와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통합을 추진할 전망이다. 여기에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역시 경영권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두 회사의 2대 주주에 오른 대명소노그룹이 양사를 모두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M&A 기회가 왔을 때 필요하다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스타항공 등 사모펀드가 소유한 LCC 인수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업계 구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실적이 좋지 않은 LCC들은 M&A나 합병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다”며 “1분기 실적이 항공사 재편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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