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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알아요 몰라요?”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 당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에서 ‘노상원’이란 이름이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새로운 이름이었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이 때 “잘 모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재차 “계엄을 노상원과 김용현 통해 알았죠?”라고 묻자 문 사령관은 이렇게 답했다. “처음 듣는 얘깁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 ‘노상원’에 대한 제보와 폭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성명을 통해 “노 씨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매일 통화할 정도로 김 전 장관과 친분이 깊었고 12·3 비상계엄 사태 때 정보사령부 요원들을 동원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국군정보사령부 산하 HID(특수임무대)의 동원에도 노 씨가 깊게 관여했다는 주장이었다. 진상조사단은 김 전 장관과 노 씨가 최근 들어 하루 한 번씩 통화했고 12·3 계엄 당일 새벽에 노 씨가 김 전 장관을 만난 것으로 추정됐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노 씨는 계엄령 포고문의 작성자로도 지목됐다.
믿기 힘든 주장이었다.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사령관을 지냈지만 현재는 민간인이다. 게다가 정보사령관직을 내려놓은 후 육군 정보학교장으로 근무하던 중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실형을 선고받고 불명예 전역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물이 그저 김 전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후배이자 절친한 사이라는 배경만으로 계엄 기획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마치 음모론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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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튿날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노 씨와 문상호 사령관을 소환 조사하던 중 긴급 체포했다. 이어 17일에는 노 씨에 대해 내란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별수사단은 “노 씨가 김용현 전 장관 및 정보사령관 관계자들과 계엄 관련 사전 논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노 씨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대령 2명과 경기도 안산의 롯데리아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한 것으로 봤다. 노 씨가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하거나, 이들에게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은 이들이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CCTV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엄 모의가 이뤄진 이유로는 붐비는 곳인 만큼 도·감청이 어렵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민주당은 새로운 제보를 공개했다. 노 씨가 정보사와 별도로 방첩사 합동수사단 내에, 편제에도 없는 제2수사단을 꾸려 김 전 장관과 계엄을 모의한 새로운 정황을 제보받았다는 것이다. 노 씨가 장군 인사에도 개입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 계엄 관련 주요 인원을 포섭한 정황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상원은 일명 ‘돼지부대’로 알려진 HID와 암살조 등 북파 공작부대를 사실상 조정·통제했다”고도 주장했다. 노 씨의 영향력 행사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됐고 강력했다는 이야기다.
18일에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에 따라 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구속된 그는 이제 본격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그에 대한 여러 추정과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음모론뿐만 아니라 역술에도 심취해 역술원을 운영해왔다는 보도, 노 씨가 퇴역 이전부터 이미 군 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는 주장, 또 그가 김용현 전 장관과의 친분을 무기로 현역 군인들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아온 정황, 이밖에 노 씨를 중심으로 한 군내 사조직의 존재 여부 등에 이목이 쏠린다. 이 가운데 국방부는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답변이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조직의 존재에 대해서는 “현재 군 내에 사조직이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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