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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2.3 비상계엄 선포…극우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이유 중 하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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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극우진영의 부정선거 주장 등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국민여론과 달리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에 나서면서 극우에 경도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현재까지 드러난 12.3 비상계엄 사태의 면모를 보면 계엄군은 지난 3일 밤 국회뿐 아니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에도 진입했다. 중앙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에 따라 설치된 독립기관으로 계엄군의 진입 및 청사 점거 등은 위헌·위법의 가능성이 높다. 이들 계엄군은 국회에서 4일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이후 철수했다.

계엄군이 왜 중앙선관위로 출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12일 윤 대통령의 담화를 통해 풀렸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란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선관위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라며 “이번에 국방장관에서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극우진영에서는 지난 4월 총선 전후로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윤 대통령은 해당 담화에서 직접 부정선거 의혹을 말하지 않았지만 선관위 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불신을 드러내며 극우진영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부정·조작선거 수사 촉구 범국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부정·조작선거 수사 촉구 범국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통령 취임식에 극우인사 초청…공직 인사도 극우 활개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부터 전광훈 등 극우 인사들을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며 극우인사들의 공직 진출도 늘어났다. 고용노동부 김문수 장관은 극우 집회에 자주 참석했으며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는 강기훈씨는 극우 성향인 자유의새벽당 대표를 하기도 했다. 강 전 행정관은 지난달 대통령실에 사표를 냈다.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에 이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내놓은 입장에서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다”라며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을 향하기보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진영에 전달하는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중앙선관위는 극우진영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12일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라며 “계엄군의 청사 무단 점거와 전산서버 탈취 시도는 위헌·위법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19일에는 “선거불신을 조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제기는 민주주의 제도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극우진영에 주장하는 의혹들과 12일 대통령 담화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찰 역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지난 4월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산 조작이 있었다는 고발을 받아 수사했으나 혐의가 없어 8월 불송치 결정했다.

2020년에는 민경욱 전 의원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2년 7월 “원고가 제출한 증거는 주로 주장을 보도한 기사이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유튜브 동영상에 불과할 뿐”이라며 “수많은 사람들의 감시 아래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 아니라 대규모 조직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 못했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극우진영은 유튜브 등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확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윤 대통령도 이와 같은 콘텐츠를 많이 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윤 대통령의 극우에 편중된 경향성은 급기야 계엄군을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로 출동시키고 대국민 담화에서 공개적으로 선거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밝히는 무리수로 이어지고 말았다.

자신이 믿고 싶은 주장에만 매몰돼 객관적 정보를 무시하는 ‘확증 편향’은 그 정도가 심해지면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을 못하는 경우에 빠질 수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간은 어느 정도의 편향을 갖고 있다. 불확실하고 애매한 상황에서 자기 믿음이 강한 ‘나르시즘’적인 성격일수록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판단력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정보를 제공하는 편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객관적인 정보보다 자극만 추구하면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결국,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탄핵 찬성’ 당 대표 밀어내고 비대위 구성 고심 중

윤 대통령이 소속된 국민의힘도 극우에 경도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14일 국회에서 진행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나온 반대 85표는 비록 무기명투표이나 국민의힘에서 나왔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결정하고 표결에 임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15일 떠밀리다시피 사퇴 의사를 밝혀야만 했다. 당내에서는 찬성투표를 한 의원을 색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고심하고 있다.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 인선도 난항을 겪으며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당론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를 정하면서 끝내 국민 여론과 맞선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지층에서도 극우에 경도된 당에 실망하면서 이탈하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19일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4개사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직전 조사 대비 8% 오른 39%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와 비교해 4% 하락한 26%에 머물렀다. 

또, 국정운영 평가 조사에서 긍정적 평가는 16%에 그쳤으며 부정적 평가가 79%에 달했다. 국회 탄핵 표결 결과 인식에서도 잘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78%였으며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은 18%로 조사됐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잘못된 결정(53%)이라는 응답이 잘된 결정(41%)이라는 응답보다 높았다.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김근식 당협위원장은 17일 본인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망상이 계엄선포 근거가 되고 우리당 85석 탄핵 반대가 그를 지키는 거라면, 지금 국민의힘이 전광훈당과 다른 게 뭐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김 당협위원장은 “부정선거당, 전광훈당이 되고 계엄대통령 옹호당을 자처하고 어찌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냐”라며 “이제 곧 ‘현타’가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탄핵은 안 된다’는 강성 지지층이 많다보니 의원들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라며 “헤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결국 현실을 수용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국민의힘도 시간차를 두고 민심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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