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데 그간 판례에서 통상임금 포함 기준으로 판단했던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중 ‘고정성’을 폐기하는 판단을 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면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급일 기준 재직자일 것을 요구하는 정기 상여금에 관해서는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라며 “재직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 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정 일수 이상 근무를 요구하는 정기 상여금에 대해서도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 일수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때만 정기 상여금을 주는 규정을 회사가 시행하고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해당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통상임금이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뜻한다.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초과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등의 수당과 퇴직금 규모가 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임금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또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기업에서 소급 적용해야 할 경우 큰 규모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 판결을 앞두고 “통상임금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산입될 시 기업들은 약 6조80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통상임금 산입 여부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전체 기업의 26.7%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날 판결 뒤 경총은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며 “이 (대법원 판단을) 계기로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꾸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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