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눈물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14일 탄핵 가결의 날, 온갖 SNS에는 환호하며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응원봉을 들고 춤을 추던 학생, 가족과 얼싸안으며 좋아하는 사람들 등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그 순간을 즐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건 사람들 속 눈을 꾹 감은 채 서럽게 울먹이며 춤을 추던 할아버지다. 짧게 포착된 영상만으로도 느껴지는 설움에 사람들은 “저 눈물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을 것’, “만감이 교차한 것 같다”라며 공감했다.
중앙일보가 그 할아버지를 만났다. SNS에서도 수소문하며 찾던 그 할아버지의 이름은 ‘이승방’. 1947년생인 이씨는 중학교 2학년 때 4·19 혁명에 참여해 당시 고등학교 선배들을 따라 시위에 나섰다. 경무대(현 효자동 구 청와대) 인근에서 들렸던 총소리도, 시민들이 트럭에 올라타 ‘독재 타도’를 외쳤던 절규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65학번 신입생 때는 ‘한일청구권 협정 반대 운동(65~66년)’에도 참여했다. 그 시간을 다 거쳐, 현재 이씨는 서울에서 평화, 노동 그리고 기후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혼돈의 역사를 다 겪었기에 그는 이번 계엄령이 정말 가짜 뉴스 같았다는데. 이씨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대견하고 대한민국이 어떠한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또다시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성세대가 정치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노인들을 미워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탄핵 시위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어우러진 화합의 장이었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흔드는 응원봉을 신기해하면서도 함께 빛을 밝혔다. 민중가요를 부르며 엄중했던 분위기의 시위에서 K-POP으로 흥겹게 분노를 푸는 시위로 변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회가 세대 간 편견을 줄이는 화합의 기능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탄핵 찬성 집회자 중 노인층은 일부였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 것을 몸소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매체에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갖 SNS를 도배했던 계엄 관련 밈들에 대해서 “온라인 공간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정치적인 풍자를 담아내고, 이를 통해 관심을 집결시켜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목적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전하기도 했다.
배민지 에디터 / minji.bae@huffpost.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