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탄핵 정국에 접어들었다.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이제 관건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리와 결정이다. 그 결과와 심리 속도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 일정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국민의 관심은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과 선고 시점에 집중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대선 국면의 윤곽도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치권은 ‘벚꽃 대선’, ‘장미 대선’, 심지어 ‘장마 대선’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치열한 전략 싸움에 돌입했다.
‘벚꽃 대선’…헌재의 신속 심리로 조기 대선 가시화
헌재법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사건 접수 후 최대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통령은 즉각 파면되며, 헌법상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다만 전례를 보면 대통령 탄핵심판은 집중 심리를 통해 신속하게 진행된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접수 후 63일 만에 기각됐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91일 만에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이러한 패턴대로면 이번 탄핵심판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유사하게 두 달 안팎의 신속 심리가 이뤄질 경우, 대선은 준비기간 60일을 포함해 4월 중순께 치러질 수 있다.
이는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와 겹쳐 ‘벚꽃 대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신속한 대선이 야권에 유리하다”며 “현재 내란 동조 정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여당이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기 힘들기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헌재에 탄핵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튿날인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며 “그것만이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야권은 탄핵소추안의 핵심 사유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성과 위법성에 집중하며 헌재의 심리 기간을 단축하려는 전략을 펼쳤다. 이는 탄핵 심리의 신속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권에 유리한 ‘장미 대선’…5~6월 대선 가능성
반면,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시간을 두고 결론을 내릴 경우 대선은 5~6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미가 피는 시기와 맞물려 ‘장미 대선’으로 불린다.
이 시나리오는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헌재 심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혐의 재판 일정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중 이 대표의 2심 선고가 예상되기에 여권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 야권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려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헌법재판관 공백도 심리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헌재는 9인 체제에서 3명이 공석인 상태로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를 주장하며 제동을 걸었고, 민주당은 이달 안에 공석인 헌법재판관들을 임명해 탄핵심판 절차를 최대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보이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탄핵 결정 전까지는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안이 최종 인용 이후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고 공세를 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을 위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독립적인 헌법기구인 헌법재판관 임명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입장에는 탄핵 심판 구도에서 현 6인 체제가 유리하다는 계산법도 배경으로 읽힌다.
6인 체제에서는 헌법재판관 1명이 반대해도 탄핵이 부결되지만, 9인 체제가 되면 3분의 2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3명까지 반대해도 인용이 가능해지므로 탄핵 인용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은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만 남았다”며 “권한대행이 임명 불가를 주장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박 원내대표는 “공정성과 신속성을 위해 9인 체제에서 심판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인사청문회 일정 협의를 압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오는 23~24일 열리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불참을 결정했다.
앞서 민주당 김한규 의원(헌법재판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내정)은 지난 16일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23~24일 이틀간 세 분의 청문회를 같이 하자고 여당 간사로 내정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과 논의했다”며 “30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마 대선’ 최장 심리 180일 소요 시 장마·폭염 속 대선
헌재가 법이 정한 심리기간 180일을 모두 소요할 경우 탄핵 결정은 내년 6월 11일께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므로 대선 시기는 7~8월 장마와 폭염이 겹치는 여름철로 밀릴 수 있다. 이는 야권이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지연 전략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될 경우, 이를 근거로 심리 절차를 정지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이는 탄핵 절차를 장기화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헌재의 심리 결과에 따라 격변할 대선 정국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거나 각하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이 경우 차기 대선은 2027년에 예정대로 치러진다.
그러나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은 불가피하다. 결국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속도와 결과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권의 지형을 재편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벚꽃 대선이 될지, 장미 대선이 될지, 아니면 장마 속 여름 대선이 될지는 헌재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 시기에 따라 여야의 대권 구도는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를 목표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세력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어 차기 권력 주도권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노선을 주도해온 친윤(친윤석열) 진영을 중심으로 당내 흐름이 재편되고 있다. 탄핵 정국 속 계엄 상황을 수습하고 향후 당을 이끌어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친윤계 중진 의원들이 유력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당의 안정과 내부 결속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을 납득시키기에는 설득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의 최근 일련의 결정들을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행보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유권자들의 부정적 판단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민적 여론과 반대되는 방향으로만 가는 정당은 결국 영남 지역에 한정된 소멸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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