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 업계는 사업과 주력 장르 측면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MMORPG를 주력으로 하던 대형 게임사가 중소 개발사에서만 내놓던 방치형 RPG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해 공개된 신작 대다수는 멀티플랫폼 형태로 출시됐다. 팬데믹 종료 이후 이용자 소비 흐름과 저성장 돌파 움직임에 발맞춰 사업 전략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MMORPG는 가라” 방치형 게임 인기…기존IP 장르 바꿔 내기도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RPG 매출에서 MMORPG가 차지하는 비중은 69.5%로 전년(78.3%) 대비 9%포인트쯤이 줄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79.7%) 보다는 10%포인트 이상 빠진 모습이다.
반면 방치형 RPG는 같은 기간(2020년~2023년) 점유율이 3배 가량 늘었다. 올해 1월 국내 앱 마켓에서 방치형 RPG 장르 매출은 전년 대비 82.5% 상승한 67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방치형 RPG의 인기는 팬데믹 종료로 외부 활동이 증가한 요인이 컸다. 플레이 동안 게임에 온전히 투자하고 조작 방법을 익히는 데도 오래 걸리는 MMORPG보다 밖에서도 모바일로 최소한의 조작을 통해 진행되는 게임에 유저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게임 주 소비층인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숏폼 등 ‘스낵 컬처(단기간에 손쉽게 즐기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 열풍이 분 것도 한몫했다.
엔씨소프트(엔씨), 넷마블, 하이브IM, 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해 들어 방치형 장르 개발에 적극인 모습이다. 특히 대형 게임사들의 장점인 인기 IP를 살려 이를 방치형 게임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방치형 게임은 본래 저예산, 소규모로 개발이 가능해 중소 개발사와 인디 게임 시장 위주로 형성돼 있었지만, 대형 게임사들도 이에 뛰어들며 시장 성장을 가속화했다.
엔씨는 MMORPG 장르였던 리니지의 IP를 활용해 방치형 RPG ‘저니 오브 모나크’를 이달 초 글로벌 출시했다. 해당 게임은 사전예약에서 800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출시 후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5위권을 기록 중이다. 앞서 넷마블도 지난해 9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세나키)’가 흥행을 이어가며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이뤘다. 세나키는 넷마블의 턴제 RPG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이다.
하이브 IM은 지난달 액션스퀘어의 ‘삼국 블레이드’ IP를 활용한 ‘삼국 블레이드 키우기’를 출시했다. 컴투스도 ‘서머너즈 워’ IP 기반 방치형 RPG ‘서머너즈 워: 레기온’을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내년 기대 신작 대거 출동한 지스타2024, 멀티플랫폼 대두
올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 2024’는 2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올해 연말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기대 신작들의 부스가 나흘간 21만명에 달하는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번 행사에 참가한 신작들을 아우르는 트렌드는 멀티플랫폼(크로스 플랫폼)이 꼽혔다. 멀티플랫폼은 모바일·PC·콘솔 중 둘 이상의 플랫폼을 지원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유리한 전략으로 꼽힌다. 최근 스마트폰 기술이 향상되며 PC 수준의 모바일 게임 개발이 가능해진 것도 한몫했다.
게임사들은 이에 기존 모바일 위주 운영에서 벗어나 콘솔, PC까지 동시에 지원되는 신작들을 대거 선보였다.
넷마블이 내년 출시 예정인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와 ‘몬길: 스타다이브’도 이번 지스타 2024에서 멀티플랫폼으로 선보였다. 또한 기존 모바일과 PC로 서비스하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도 내년 콘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모바일 생존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 투게더’를 PC·콘솔로 확대할 방침이다. 펄어비스도 9년간의 공백기 끝에 선보이는 신작 ‘붉은사막’을 PC와 콘솔 버전으로 내년 4분기 선보인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11월 14일 부산 벡스코 지스타 2024 현장에서 “앞으로의 게임 시장 트렌드는 멀티플랫폼과 트랜스미디어를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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