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숙박업을 하는 A씨는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손님이 모두 사라졌다고 토로한다. 계엄령 다음날을 기준으로 기존 예약이 모두 취소되더니 현재까지 예약 문의조차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한달 기준 보통 단체예약이 1~2건, 개별예약이 60건쯤 있었는데 계엄 이후 예약 및 숙박률은 0%다”라고 말했다.
문화공연·관광업계가 연말·연초 특수를 누리는 대신 비상계엄사태와 탄핵정국에 시름하고 있다. 연말 성수기에 예약이 대거 취소된 영향이다. 예약이 대거 취소된 건 미국·영국·일본·싱가포르·독일을 비롯해 이스라엘·러시아·우크라이나 같은 국가까지 대한민국을 여행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 등 계엄 선포의 여파로 분석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17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불안정한 국내 정치상황으로 인해 단체예약 취소 등 직·간접적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46.9%로 나타났다. 이는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외식업자 248명과 숙박업자 257명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황조사 결과다.
임오경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 공연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최근 한국이 여행위험지역으로 선포되면서 공연·관광·여행업 예약이 대거 취소되고 있다”며 “5%대였던 예약 취소율이 지금 20%를 육박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지역축제 등 다양한 행사에도 계엄과 탄핵 영향이 미쳤다. 서울시의 ‘윈터페스타’는 13일 개막식을 취소했다. 14일 국회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 관련 집회 때문이다. 서울 윈터페스타는 13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24일간 광화문·광화문광장·청계천·서울광장·DDP·보신각 6곳에서 진행되는 서울시 최대 규모 겨울 축제다. 부산시도 해운대 빛 축제 개막식을 취소했다.
공연업계는 연말 특수에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문화공연은 12월에 몰려있는데, 12월만 보고 1년을 준비했던 모든 것들의 수요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권장욱 동서대학교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공연은 지나치게 12월에 몰려있고 1월이 되면 툭툭 쳐지며 인기 있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 격차가 크다”며 “연말 하나를 보고 모든 공연업계 인력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을 유치해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도 계엄·탄핵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 규모를 잘 몰라 어디에 어떻게 지원할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탄핵 여파를 수습할 예산은 감액돼 확정됐다. 예산은 없고 피해는 발생했고 탄핵 정국 속 국회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중장기 대책은 세울지언정 단기대책은 아직 모색 단계인 모양새다. 윤용한 문화체육관광부 융합관광산업과장은 17일 토론회에서 내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진행될 때 업계 의견을 수렴해 예산지원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용한 과장은 “개막식 취소를 비롯한 행사 내용 변경에 따른 구체적 피해상황이 파악된 건 아직 없다”며 “현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업계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예산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이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예산 증액은 기획·개발, 진흥, 제작, 유통·인프라 지원 등 세분화해 단계별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헌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브로드웨이도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30% 초반에 그치듯 관광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내수 관객부터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도 방문하는 나라의 국민이 관심 갖고 사랑하는 명소나 명물을 보고 싶어하듯 내수 활성화의 선행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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