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현재 1% 초중반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상반기에 1%대 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부터는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한다는 예측도 내놨다.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내수 회복세 등이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8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매년 6월과 12월 한 차례씩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분석해 발표한다.
◇ 소비자물가 1%대 지속… 농산물·공업제품 상승률 ‘뚝’
한은에 따르면 물가 상승세는 올해 들어 둔화하고 있다. 1~11월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로 1년 전(3.6%)보다 큰 폭으로 작아졌다. 1분기까지는 농산물가격 오름세로 인해 3% 내외의 상승세를 나타냈는데, 이후 농산물가격이 떨어지면서 9월부터는 1%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낮은 수요압력 등의 영향으로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5% 올랐던 근원물가는 2분기 2.2%, 3분기 2.1%, 4분기 1.8% 등으로 상승세가 잦아들었다.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석유류 가격의 둔화가 물가 상승률 하락을 주도했다. 농축수산물은 올해 상반기 중 10%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이후 정부의 가격 안정 노력으로 1%대까지 둔화했다. 공업제품 가격도 낮은 수요압력으로 내구재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둔화됐다.
석유류 가격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 등으로 하반기 이후 하락 전환했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주택용 전기요금 동결 등으로 상반기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고, 서비스물가는 2% 초반 수준에서 완만한 하향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완만한 둔화 추세를 나타내면서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 3%를 넘었던 일반인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분기 들어 2% 후반으로 내려왔고, 전문가들의 장기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목표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 내년 하반기 물가 2%대로 안정… “저인플레 가능성 작아”
한은은 향후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 중 1%대 후반 수준으로 높아지고, 하반기부터 목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2% 근방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1%대 이하 ‘저인플레이션’ 국면 진입 가능성은 작게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 공급·수요측 물가압력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국내경제가 1%대 후반(2025년 1.9%, 2026년 1.8%)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근원물가와 밀접한 민간소비도 2% 안팎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근거로 최근 1400원대 초중반 수준으로 오른 원·달러 환율과 치솟는 국제식량·비철금속 가격을 들었다. 환율은 달러 강세와 국내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국제식량·비철금속 가격은 이상기후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오르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그간 부진했던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도시가스 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유류세 인하율이 일부 축소한다. 민간소비는 가계 소비여력 회복에 힘입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그간 누적된 비용압력이 남아있는 데다 강(强)달러 기조, 이상기후 등의 상방요인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도 우리나라 포함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향후 2년간 2% 근방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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