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국회와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탄핵 정국의 조속한 수습을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는 주도권 싸움에 골몰하며 정국 안정은 뒷전으로 밀어둔 모양새다. 그 여파가 당장 한 권한대행에게 미치며 그의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여야 정치권과 적극 협력하여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제 활력을 위해서도 국회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부·중기부 등은) 반도체 특별법, 인공지능 기본법, 전력망 특별법 등 기업 투자와 직결되는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소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된 한 권한대행은 이후 꾸준히 국회와의 협력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겠다”고 했고, 전날(16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중견기업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선 “국회와 정치권의 협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필요성도 공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당적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선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한 권한대행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전날 참석한 ‘중견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여야 정치권, 국회의장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협의체가 발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 여야 주도권 싸움에 ‘가시밭길’ 예고
탄핵 정국을 조속히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당초 이날 한 권한대행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날 국무회의에 해당 법안들이 상정되지 않았다. 여야의 입장을 더 듣고 고민하겠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한 권한대행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가시밭길’에 가까운 모습이다.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그 여파가 한 권한대행에게 미치고 있는 탓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여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국회 몫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이 없다며 제동을 걸고 있지만 야당은 권한이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의 싸움에 한 권한대행의 처지만 난처해지게 된 셈이다.
일시 보류된 거부권 행사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이 자체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시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리는 잠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뿐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라며 “소극적 권한 행사를 넘어선 적극적 권한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 속에 결국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한 권한대행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는 이번 주 중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야당이 처리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헌법·법률 부합성, 국가 미래에 대한 영향력 등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오직 국익과 국민의 미래를 생각하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조기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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