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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꿈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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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과 잉가, 두 사람은 1995년부터 함께 일해 왔습니다. 올해 30주년을 맞았죠. 베를린 노이쾰른 구의 오래된 취수 펌프장을 개조한 이 스튜디오는 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이곳에서 2006년부터 일했어요. 내부에는 작업실과 사무공간 그리고 건물의 핵심 사교공간인 주방이 있고, 중앙부에는 13m의 공간이 있습니다. 매우 다채롭죠. 덕분에 우리는 좀 더 큰 규모의 조각을 작업할 수도 있고, 공공미술 작품의 실제 사이즈 모델에 맞출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 컨셉트는 스튜디오 바깥에서 나옵니다. 여행하거나, 데이트를 즐기거나, 집에서 작업할 때 탄생하죠.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 둘 사이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소년 조각.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 둘 사이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소년 조각.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 둘 사이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소년 조각.

엘름그린 & 드라그셋에게 이상적인 작업 환경이란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둘이 대화할 때 나옵니다. 싸구려 술집에서 술을 한두 잔 기울이면 더 좋죠(웃음).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함께 여행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요. 스튜디오는 팀원들과 같이 일하기 좋은 장소예요. 커피와 말차에서 힘을 얻어 엄청난 토론이 열립니다. 다가오는 프로젝트와 전시를 어떻게 실행하고 이행할지 논의하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아마도 2층 로프트 구역인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곳에 살지 않지만, 커다란 거실 같은 공간이 있어요. 가끔 파티를 여는 장소로도 쓰이죠. 과거 전시에서 남은 물건과 작품으로 가득하고 서재와 피아노, 벽난로도 있어요.

두 사람의 전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남자와 소년 조각품은 남성성에 대한 전복의 연장선이다.
두 사람의 전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남자와 소년 조각품은 남성성에 대한 전복의 연장선이다.

두 사람의 전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남자와 소년 조각품은 남성성에 대한 전복의 연장선이다.

두 사람의 전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남자와 소년 조각품은 남성성에 대한 전복의 연장선이다.
두 사람의 전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남자와 소년 조각품은 남성성에 대한 전복의 연장선이다.

두 사람의 전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남자와 소년 조각품은 남성성에 대한 전복의 연장선이다.

오랜 시간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공간을 탐구해 왔습니다. 작품과 전시, 베를린 스튜디오가 공간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우리 작품과 스튜디오는 기능적인 부분에서 꽤 분명하게 연결됩니다. 커다란 규모의 스튜디오는 우리에게 더 큰 꿈을 꾸게 해요. 전시가 열리기 전에 종종 우리는 전시의 특정 부분을 실제 크기 목업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번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하 APMA) 전시 〈Spaces〉의 레스토랑 상당 부분을 서울로 보내기 전에 먼저 스튜디오에 설치해 봤습니다. 테이블과 의자, 수저, 접시, 램프로 이뤄진 하이퍼리얼리즘 조각 작품 ‘대화(The Conversation)’를 설치하고, 스튜디오 한쪽 벽을 설치미술 작품과 똑같은 색으로 칠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넉넉한 공간이 없었다면 우리 전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됐을 거예요.

베를린 노이쾰른 지구에 있는 넓은 스튜디오는 사방의 창에서 빛이 들어온다. 팀원들과 나누는 뜨거운 토론, 실현 단계에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가득한 공간.
베를린 노이쾰른 지구에 있는 넓은 스튜디오는 사방의 창에서 빛이 들어온다. 팀원들과 나누는 뜨거운 토론, 실현 단계에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가득한 공간.

베를린 노이쾰른 지구에 있는 넓은 스튜디오는 사방의 창에서 빛이 들어온다. 팀원들과 나누는 뜨거운 토론, 실현 단계에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가득한 공간.

〈Spaces〉전을 보면서 ‘지금의 예술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란 물음이 계속 떠올랐어요
작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우리는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공간의 중요성을 탐구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그 부분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아모레퍼시픽 수영장(The Amorepacific Pool)’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이죠. 우리는 서로 모여 육체적 경험을 공유하는 장소로서 수영장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나라가 공공시설 예산을 삭감하면서 공적 장소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죠. 하지만 미술관은 사람들이 모여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전시 〈Spaces〉를 보면 다른 관람자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설치미술 작품의 수행적 요소가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관람자는 사적인 공간에 들어온 손님(혹은 침입자)이거나, 레스토랑의 고객, 수영장 방문자, 예술가의 작업실에 찾아온 큐레이터가 됩니다. 우리는 관람자에게 디지털 상호작용의 비육체적 성질과 대비되는 참여형 감각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의존도가 전례 없이 커지고 있는 지금, 촉각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마주침을 바라는 마음이 더욱더 커진다는 점을 관찰했습니다.

베를린 노이쾰른 지구에 있는 넓은 스튜디오는 사방의 창에서 빛이 들어온다. 팀원들과 나누는 뜨거운 토론, 실현 단계에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가득한 공간.
베를린 노이쾰른 지구에 있는 넓은 스튜디오는 사방의 창에서 빛이 들어온다. 팀원들과 나누는 뜨거운 토론, 실현 단계에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가득한 공간.

베를린 노이쾰른 지구에 있는 넓은 스튜디오는 사방의 창에서 빛이 들어온다. 팀원들과 나누는 뜨거운 토론, 실현 단계에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가득한 공간.

관람자가 적극적으로 작품이 된 공간을 탐색하게 하는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방식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든 작품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설치미술 작품을 통해 스토리라인을 제시하면서 모호성을 의도적으로 이리저리 응용하기도 합니다. 설명적으로 작품을 제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관람자가 작품과 ‘요리조리 놀고’ 스스로 둘러보며 의미를 찾길 바라죠.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살펴볼 수 있는, 완전히 현실적이지 않은 장면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예술품 그 자체를 숭배하는 것이 메시지 전달을 가로막거나 관람자를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우리는 관람자가 전시공간을 낯선 방식으로 돌아다니게 함으로써 미술 작품을 어떻게 경험해야 한다는 정해진 규칙을 깨뜨리고 싶습니다. 관람자들이 눈앞의 작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죠. 그런 접근법으로 복잡한 주제의식과 협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냅니다.

마이클과 잉가가 좋아하는 2층 로프트에서는 종종 파티가 열린다.
마이클과 잉가가 좋아하는 2층 로프트에서는 종종 파티가 열린다.

마이클과 잉가가 좋아하는 2층 로프트에서는 종종 파티가 열린다.

두 사람은 현대미술계의 ‘문제아’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을 나이트클럽으로 탈바꿈시키거나 프라다 부티크를 사막에 만든 것처럼 관습적 생각에 도전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혁신적이고, 전복적이며, 매력적인 예술가가 되는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 미술계에 발을 들였을 때는 분명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이클(엘름그린)은 시를 썼고 잉가(드라그셋)가 연극을 경험하긴 했지만, 우리 모두 시각예술에 대해 정식 훈련을 받은 적은 없었죠. 예술학교에서 공부한 동료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좀 더 실험 정신에 열려 있는 것 같아요.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본 적 없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비전통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미술계 시스템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견고한 구조처럼 보이는 부분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젠 더 이상 ‘아웃사이더’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의문을 품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작품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예술로 바뀔 것 같지 않은 규범에 부단히 도전하고 있어요.

엘름그린& 드라그셋의 스튜디오이기 이전에는 오래된 취수 펌프장이었던 건물.
엘름그린& 드라그셋의 스튜디오이기 이전에는 오래된 취수 펌프장이었던 건물.

엘름그린& 드라그셋의 스튜디오이기 이전에는 오래된 취수 펌프장이었던 건물.

지난 30년 동안 미술계에서 포착한 변화 중 두 사람에게 중요했던 점이 있다면
미술계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여럿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 중 어떤 것은 연결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죠. 더 큰 미술계도 있고, 더 작은 미술계도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단 하나의 커다란 미술계에 진입하려고 애쓴다면 계속해서 좌절하고 실망하게 될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미술가 동료 그룹, 젊은 미술사학자들, 덴마크에 온 큐레이터들이 우리가 하는 작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후 이런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커졌죠. 네트워크가 얼마나 작은지 상관없이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는 일 그리고 관람자를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세계화된 미술계가 30년 전에는 초창기에 불과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YBA(Young British Artists)가 1990년대 미술계에 폭풍처럼 들이닥치기 전에는 영국 미술조차 국제 미술계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어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사람들은 중국, 스칸디나비아, 남미에서 만들어진 전혀 다른 미술 전시를 보기 시작했고, 새로운 미술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라이프스타일 잡지도 서서히 동시대 미술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도착한 거죠. 우리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이메일조차 없었어요. 지금은 모두가 ‘실생활(In Real Life)’과 온라인이라는 두 가지 삶을 동시에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만요.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 ‘The Amorepacific Pool’(2024).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 ‘The Amorepacific Pool’(2024).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 ‘The Amorepacific Pool’(2024).

마이클은 때때로 상업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잉가는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죠. 요즘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예술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영화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에요. 우리는 루키노 비스콘티, 앨프리드 히치콕, 잉마르 베리만 같은 감독들이 특별한 심리적 상태와 분위기, 사상을 전달하기 위해 세트와 가구를 활용하는 방식에 매번 매료돼요. 우리는 사람들이 사물이나 디자인, 가구를 통해 이미지나 정체성을 만드는 방식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비선형적 스토리텔링과 비관습적 서사도 아이디어의 원천이에요. 프랑스 작가 알랭 로브그리예, J.M.G. 르 클레지오, 조르주 페렉 혹은 한층 더 동시대 작가인 매기 넬슨과 올가 토카르추크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우리 작품 중 일부는 덴마크 시인 고(故) 잉거 크리스텐센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최근 두 번의 전시에서 보여준 작품에는 “사막이 너무도 적막하여 그 존재를 아는 이 아무도 없네”라는 시구가 있어요. 우리에게 그 구절은 인간이 자연과 맺는 난처한 관계를 건드립니다. 이전에 우리 작품에서 탐구했던 개념이자, 최근 우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문제이기도 해요.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 ‘The Cloud’(2024).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 ‘The Cloud’(2024).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 ‘The Cloud’(2024).

지난 10월 15일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 〈라디시옹 L’Addition〉 전시를 열었습니다. 고전적인 환경에서 급진적이면서도 건축적인 방식으로 오르세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줄 작정이었죠
미술관의 중앙 조각 회랑 일부분 위에 단상을 설치했어요. 단상은 그 아래의 타일 바닥을 본떠 거울 효과와 함께 공간을 두 배로 확장하는 효과를 줬죠. 중앙 회랑 주변의 각기 다른 곳에 조각 작품 네 점도 배치했습니다. 그중에는 단상 윗부분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한 남자의 조각이 있고, 그의 발자국이 겨울 풍경에 시각적으로 노출됐습니다. 직접 보면 스칸디나비아 풍경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우리는 그 전시를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역사를 초월한 유희’로 부르고 싶습니다. 전시의 모든 작품은 미술관 소장품을 레퍼런스로 해서 만들어졌어요. 동시대 조각과 미술관의 19세기 작품을 병치한 것은 작품 사이의,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끌어내려는 목적입니다. 특히 시대를 가로지르는 남성성 개념과 관련해서 말이죠. 〈라디시옹〉은 오르세미술관이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작업입니다. 중앙 조각 회랑의 전시는 미술관이 38년 전에 문을 연 이래로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었죠. 오르세미술관과 2년 동안 긴밀하게 작업했습니다. 건축가들, 엔지니어들, 철골 제작자들과도 협력해 힘을 모았습니다. 역사적 미술 작품을 이런 방식으로 다룰 기회는 흔치 않아요. 매우 짜릿한 일이죠.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Shadow House’(2024).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Shadow House’(2024).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Shadow House’(2024).

지난 30년간 작품 활동으로 놀람과 즐거움을 전해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혁신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컨셉트를 떠올리고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은
안타깝게도 가만히 앉아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이디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해요. 대체로 처음에는 혼란한 상태가 많죠. 불확실성은 몹시 과소평가된 성질이에요. 우리는 그것을 인생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합니다. 그리고 예술을 통해, 단지 다른 형식으로, 그 혼란을 넘어서려고 해요. 만약 사람들이 ‘나는 이 남자들만큼 혼란스럽지 않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얼마간 성공을 거둔 거예요. 지나치게 단정하거나 확신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인생은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나 ‘싫어요’ 버튼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죠.
엘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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