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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결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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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으로 시끄러웠던 2023년보다 더 속이 시끄러운 2024년을 보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생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이슈가 올 한 해 하이브에서 전부 발생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어도어 사태

올해 하이브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갈등’으로 요약된다.

하이브는 2024년 4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찬탈하려 한다며 어도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하이브는 어도어를 직접 출자해 설립했고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수세에 몰린 민 전 대표는 4월 25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지원 전 하이브 대표에 비속어를 섞어가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반박하는 1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 멤버 5명과 자신을 못살게 군다고 비난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양측의 공방이 계속됐다.

하이브는 5월 31일 어도어 이사회를 열고 하이브 본사 임원 3명을 어도어 이사로 선임했다. 민 전 대표를 포함 어도어 이사회 4명 중 3명이 하이브 측이 됐다. 민 전 대표는 이사회가 열린 5월 31일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뉴진스를 내버려두라고 발표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양측의 공방은 8월 27일 어도어가 이사회를 열어 김주영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재개됐다. 민희진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민 전 대표는 10월 어도어 대표이사 재선임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뉴진스(민하다해혜)도 회사에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을 촉구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회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의 가처분은 기각됐다. 민 전 대표는 11월 20일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양측의 잘잘못이 법원에서 가려지기 전부터 법조계와 산업계는 갑론을박이 많아진 모양새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비슷한 사례가 많아지면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분투자를 받은 기업이 최대주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일이 흔해지면 엔터테인먼트 산업, 매니지먼트업 관련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10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주영 어도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10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주영 어도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뉴진스 어도어 전속계약으로 확대

어도어 사태는 어도어 소속 걸그룹 뉴진스의 전속계약 문제로 이어졌다. 뉴진스는 11월 13일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통해 2주 내 계약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전속계약 분쟁은 민희진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이사직 해임에서 시작됐다.

뉴진스는 9월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른 하이브 자회사 소속 매니저가 ‘무시하라’고 하는 등 자신들이 하이브에서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10월 15일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된 배경이다.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뉴진스에 관한 이번 일은 특정 그룹의 문제나 가십거리가 아니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에게 어도어가 모회사 하이브를 통해 그룹 차원의 중재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걸그룹 뉴진스가 11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 뉴스1
걸그룹 뉴진스가 11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 뉴스1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선언

뉴진스는 또 여러 차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사를 지지하며 민 전 대표를 어도어 대표이사로 재선임하라고 하이브와 어도어에 요구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뉴진스는 11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가 계약 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았으니 11월 29일 0시부로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진스는 별도의 전속계약 해지소송을 제기하고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대신 해지 선언만으로 전속계약이 자동 해지됐다고 봤다. 이에 어도어는 12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 유효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요청한 9월 25일을 이틀 앞둔 9월 23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뉴진스 팬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 / 뉴스1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요청한 9월 25일을 이틀 앞둔 9월 23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뉴진스 팬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 / 뉴스1

하이브에 화난 팬덤

하이브는 지분 과반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를 ‘레이블’로 지칭해 각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수직형 지배구조인 하이브가 레이블별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쉬운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어도어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팬덤을 화나게 했다.

BTS 팬덤 아미, 르세라핌 팬덤 피어나, 뉴진스 팬덤 버니즈 등 다양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팬덤이 하이브를 상대로 트럭 시위와 근조화환 시위를 진행했다. BTS 팬덤 아미는 신문 전면광고를 내고 하이브가 경영 관련 내홍으로 소속 아티스트 BTS가 루머로 인한 피해를 입는데도 방관한다고 규탄했다. 프로미스나인 팬덤 플로버는 하이브가 자회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빅히트뮤직 출신 이다혜 대표로 교체하면서 아티스트를 홀대한다고 비판했다.

뉴진스 팬덤 버니즈는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뉴진스 갈등이 지속되는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버니즈는 11월 28일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에 관해 뉴진스 멤버들을 지지하며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을 촉구한다는 단체 성명을 냈다.

다양한 아티스트 팬덤은 각양각색의 이유로 하이브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12월 12일에는 하이브의 국회 청문회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동의 5만명을 돌파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해당 청원은 하이브의 사회적 물의로 인한 진상 규명 과정 중 각종 법령의 허점과 취약점이 드러났으니 국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해달라는 내용이다.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빌리프랩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빌리프랩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밀어내기와 불공정판매 의혹

하이브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마찬가지로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과 각종 굿즈(MD)를 판매한다. 이 판매 과정에서 팬덤이 겪는 불편과 불만이 올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는 크게 음반 밀어내기와 굿즈 갑질 등 두 가지다.

음반 밀어내기 의혹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2024년 4월 1차 기자회견에서 공식 제기했다. 당시 민 전 대표는 하이브로부터 뉴진스 음반 관련 밀어내기 제안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이브는 공식 입장을 통해 밀어내기 의혹 제기부터 경영권 탈취를 위한 실행계획 중 하나로 집행된 것을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의혹은 2024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제기됐다. 민형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월 25일 국정감사에서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하이브 자회사 빌리프랩 대표에게 음반을 반품 조건부로 판매하거나 이벤트 응모를 미끼로 처분하냐고 질의했다. 김태호 COO는 반품 조건부로 음반을 밀어내거나 판매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굿즈 갑질은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를 포함해 YG플러스, SM브랜드마케팅, JYP360 등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MD를 판매하면서 법에서 정한 환불기간을 멋대로 줄이고 포장개봉을 이유로 환불을 제한한 등의 행위를 말한다. 올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4개사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태료 총 1050만원을 부과했다.

강유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해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이사에게 청약철회는 단순 변심도 가능한데 위버스의 환불 방식은 K팝 팬덤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 사항을 적극 선반영해 조치했다고 답변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5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위해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5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위해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아티스트 리스크 아닌 대기업의 오너리스크

하이브는 올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대부분 다 겪은 것과 별개로 대기업이라서 생긴 이슈도 있다. 방시혁 의장의 오너 리스크다.

하이브는 2024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을 말한다. 대기업집단은 공시의무와 사익편취 금지 등 대기업 관련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하이브의 동일인(총수)으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정됐다.

2024년 방시혁 의장으로부터 발생한 오너 리스크는 과즙세연 이슈와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시혁 의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체결한 4000억원 규모 이면계약 이슈 등 크게 두 가지다. 과즙세연 이슈는 8월 유튜브 ‘아이엠워킹’ 채널에서 미국 베벌리힐스를 방시혁 의장이 스트리머 과즙세연과 나란히 걷고 있는 영상이 공개된 것을 말한다. 8월은 하이브와 어도어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다.

이면계약은 하이브 상장 전 방시혁 의장이 PEF와 간 계약을 맺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이익의 30%가량인 4000억원쯤을 별도로 받은 것을 말한다. 하이브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감독원은 방시혁 의장의 주주간 계약 공개 문제에 관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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