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 새해 극장가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구마가 허락되지 않은 신분인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차별화된 설정과 배우 송혜교‧전여빈의 신선한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다.
1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검은 수녀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권혁재 감독과 배우 송혜교‧전여빈‧이진욱‧문우진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며 544만 관객을 사로잡은 ‘검은 사제들’(2015)의 두 번째 이야기로, 영화 ‘해결사’ ‘카운트’ 등을 연출한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신선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강렬한 재미를 예고한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권혁재 감독은 “‘검은 사제들’ 팬이었고 장재현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부담도 컸는데 훌륭한 배우,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용기를 내고 도전했다”며 “시나리오를 휩쓸리듯 읽었고 여운이 대단해서 얼얼했다”고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강렬한 스펙터클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꼼꼼히 챙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검은 수녀들’이란 제목에도 있듯 ‘수녀’라는 신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지점을 ‘검은 사제들’과 비교하는 재미,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한국에 12형상이 다시 나타났는데 유일하게 그와 맞서 본 김범신(김윤석 분)과 최준호(강동원 분) 두 사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상으로부터 시작된 ‘검은 수녀들’은 구마 사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구마가 허락되지 않은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차별화된 설정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권혁재 감독 역시 이 지점을 전작과의 차별성으로 꼽으며 “금지된 자들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어려움 속에서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는 데 그 지점이 또 다른 재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두 수녀가 한 소년을 살리기 위해 돌진해 나가고 고군분투해가는 과정에서 기존 구마 의식을 다룬 장면에 더해 의외의 모습이 많이 추가돼서 신선하게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선한 캐스팅 조합도 기대 포인트다. 먼저 글로벌 화제작 ‘더 글로리’에서 강렬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 송혜교가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다. 극 중 강한 의지와 거침없는 성격의 유니아 수녀를 연기한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파 유니아 수녀를 밀도 있는 연기로 완성, 개성 강한 수녀 캐릭터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전할 예정이다.
‘더 글로리’ 이후 첫 행보이자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송혜교는 “‘더 글로리’로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다음 작품이 부담이 된 건 사실”이라며 “‘더 글로리’ 후 새로운 연기가 재밌어져서 장르물 시나리오나 대본을 더 많이 보다가 이 작품과 인연이 됐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검은 수녀들’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유니아 수녀에 대해서는 “저돌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목적 하나만 바라보는 수녀”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아가는 인물이다. 수녀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말도 거칠지만 굳건한 진심이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악령과 싸우는 구마 의식 등 난도 높은 장면을 소화해야 했던 송혜교는 “정말 어려웠다”며 “기도문을 외우면서 감정도 놓치면 안 됐다. 촬영 전날까지 눈 뜨자마자 읊어보고 샤워하면서도 읊고 설거지하면서도 읊어보고 순간순간 툭 튀어나올 수 있게 연습했다”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음을 전했다.
혼신을 다한 연기로 손발 경직 증세까지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송혜교는 “감정이 격해지고 악령과 싸우다 보니 몸에 힘을 많이 주게 되더라”며 “그러다 보니 어떠한 순간에 (근육이) 경직됐다”고 떠올리며 “악몽도 많이 꿨다. 힘든 신을 찍고 오면 악몽을 꿔서 자주 깼다. 늘 연기가 어려운데 이번 작품 역시 어려웠고 정말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전예빈은 거침없는 유니아 수녀에게 반발심을 가지면서도 고통받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정신의학과 전공의 수녀 미카엘라를 연기한다. 복잡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것은 물론, 함께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유니아 역의 송혜교와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여빈은 “제일 중요한 건 리액션이라고 생각했다”며 “말로 내뱉는 대사로 자신을 설명하는 것보다 유니아에게서 받는 에너지, 온갖 환경으로부터 느끼는 에너지 발산이 눈빛이나 떨림, 텐션감으로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긴밀하게 그 상황을 보려고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수녀복을 입고 연기한 소감도 전했다. 전여빈은 “마음속에 무게감 같은 것이 실리면서도 동시에 되게 편해서 행동을 하는 데 있어 자유로움을 느꼈다”며 “겉으로 봤을 때는 격식이 주는 무거움이 있지만 그 안에 이상한 자유로움, 얽매이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지점이 미카엘라와 닮아있기도 했다”며 “겉으로 보기엔 규율 속에 굳어있는 사람 같지만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하는 속성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질적인 기분을 느끼면서 캐릭터에 다가가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힘이 된 건 송혜교가 연기한 유니아 수녀의 눈빛이었다. 전여빈은 “현장에서 유니아와 (송)혜교 선배의 존재가 따뜻한 등불 같았다”며 “굳건하게 서 있는, 조용한 카리스마로 모두를 품어주는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유니아’라는 말이 나왔다. 관객들도 영화가 끝나면 ‘나의 유니아’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송혜교 역시 “전여빈 캐스팅 소식 듣고 너무 좋았다”며 “꼭 작품에서 만나고 싶었고 항상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현장에서 만나니 들었던 것보다 더 좋더라”며 “내가 힘이 됐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전여빈이 정말 큰 힘이 됐다. 나의 구세주다. 미카엘라가 없으면 유니아는 혼자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화답하며 두 배우의 시너지를 기대하게 했다.
구마를 반대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신부 바오로 역은 이진욱이 맡았다. 이상 증세에 시달리는 소년을 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신부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한다. 이진욱 “천주교 내에서 구마를 부정하고 치료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신부”라고 캐릭터를 소개하며 “왜 그런 신부가 됐을지 고민하며 캐릭터에 접근했다”고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다양한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문우진도 함께한다.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 희준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특히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깃든 소녀 영신 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냈던 박소담의 뒤를 이을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더한다.
문우진은 “(박소담이) 워낙 좋은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나도 그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고민도 많고 걱정도 됐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중학생 희준이 악령이 들린 상태일 때는 성인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준비를 했다”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권혁재 감독은 배우들의 호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부드러운 배려를 하면서 서로 이끌어주고 응원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며 “어려운 환경이었고 장면이 많았지만 참 행복하게 찍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송혜교의 연기는 설득의 힘이 있어서 말 한마디에도 굉장한 카타르시스가 있었고 전여빈은 외면 이미지를 넘어 내면의 복잡함을 다양하게 표현해 줘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할 수 있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진욱에 대해서는 “본인 캐릭터는 물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부분에 있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줬다”며 “그런 지점들이 분위기를 확 바꾸고 영화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했고, 문우진에 대해서는 “정말 똑똑한 친구”라며 “오늘은 어떤 연기를 할까 기대하게 했고 감탄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감탄을 넘어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진면목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권혁재 감독은 “좋은 작품의 배턴을 잇다 보니 누가 되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고 훌륭한 배우, 최고 스태프의 많은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검은 수녀들’만의 색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장재현 감독을 비롯, 장재현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수많은 관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내년 1월 24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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