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자욱이 형, (강)민호 형이 어디 가지 말라고…”
2024-2025 KBO FA 시장이 열리고 가장 의아했던 것 중 하나가 류지혁의 계약 지체였다. 10개 구단이 종무를 앞둔 현 시점에서 대부분 미계약자는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 자체가 평행선을 달리거나 안 맞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류지혁은 삼성과 애당초 관계가 원만했다. 단, 삼성이 이번 FA 시장에서 마운드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장현식(LG 트윈스)에게 오퍼를 던졌고, 영입에 성공한 최원태에게도 꽤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데니 레예스와 르윈 디아즈를 눌러앉히고, 아리엘 후라도를 새롭게 데려온 외국인선수 계약도 중요했다.
또 다른 내부 FA 김헌곤의 경우 그 사이에 계약을 맺었지만, 류지혁의 계약은 다소 밀린 듯하다. 4년 총액 26억원 계약의 사이즈라면, 단숨에 합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류지혁은 해가 바뀌기 전에 삼성 잔류를 택했다. 삼성은 이로써 2025시즌 전력 구성을 사실상 마쳤다.
류지혁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어느 타순에도 배치될 수 있다. 클러치능력이 아주 빼어난 건 아니지만, 2할7~8푼을 때릴 능력은 있다. 아울러 구단은 팀 전술 구사에 필수적인 작전수행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단순히 수치를 떠나, 이런 선수는 팀에 꼭 필요하다. 내년이면 31세. 여러모로 전성기다.
류지혁은 구단을 통해 “이적 생각 자체를, 자욱이 형과 민호 형이 원천 봉쇄해줬다. 계속 같이 하자고, 꼭 필요하다고. 어디 가지 말라고 얘기해줬다”라고 했다. 그만큼 류지혁이 삼성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받았다는 의미다.
류지혁은 알고 보면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시절에도 구성원들에게 호평 받은 선수였다. 두산 시절 포수까지 할 수 있다는 말에 당시 사령탑이던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웃었던 적이 있다. 실제 포수로 내보내진 않았지만, 팀을 향한 책임감에 꽤 고마워했다는 후문이다.
KIA 시절엔 김도영(21)의 ‘프로 안착 길잡이’였다. 김도영은 지금은 KIA를 넘어 KBO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됐다. 그러나 김도영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신인이었다. 백업으로 1군 풀타임을 보낸 김도영에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런저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선배가 류지혁이었다.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보면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나온다.
김도영은 2023시즌 도중 류지혁이 트레이드로 떠나자 그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KIA도 포수가 워낙 급해 김태군이 더 필요했을 뿐, 류지혁이 아깝지 않았던 건 아니다. 류지혁은 트레이드 이후에도 두산, KIA 선수들과 잘 지내는 듯하다.
FA 가치 평가를 단순히 기록, 세이버매트릭스로만 하는 건 아니다. 류지혁 사례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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