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번 치고 싶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1)가 지난 2022년 1월, 전임감독의 취임식에서 했던 얘기다. 자신이 이젠 후배들의 뒤를 받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했던 얘기다. 그래야 팀도 미래를 바라볼 수 있고, 최형우 본인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형우는 2021년에 잔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이후 2022년에 회복세를 보였고, 2023년과 2024년엔 최형우다운 최형우로 돌아왔다. 물론 전성기보다 생산력이 떨어졌지만, 어느덧 40대라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2년이었다.
그런데 최형우는 지난 1~2년 동안에도 틈 날때마다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 취재진 인터뷰에 응하더라도 자신보다 후배들이 좀 더 조명을 받길 바라는 마음을 자주 내비쳤다. 그렇게 1+1년 22억원 계약의 마지막 시즌만 남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2025시즌, 최형우의 꿈이 이뤄질 지도 모르겠다. KIA가 제법 큰 승부수를 던졌다. 3년간 함께한 소크라테스 브리토(32)와의 4년째 동행을 포기하고 오른손 거포 패트릭 위즈덤(33)을 영입한다.
위즈덤은 소크라테스와 달리 전형적인 ‘한 방 잡이’ 거포다. 소크라테스처럼 2할대 후반~3할대 초반의 타율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대신 메이저리그에서 88홈런을 때린 커리어를 무시하면 안 된다. 올해 75경기서 8홈런으로 주춤했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시카고 컵스에서 20홈런 이상 때렸다.
위즈덤의 타순은 이범호 감독의 디시전이다. 이범호 감독은 이미 새 외국인타자가 올 경우 타순에 약간의 변경을 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역시 4번타자로 자리 잡는 것이다. 4번에서 김도영, 나성범, 최형우 등 기존 중심타자들과 강력한 시너지를 내면 KIA 타선은 더욱 업그레이드된다.
위즈덤이 4번에 자리매김할 경우 최형우가 드디어 4번에서 벗어나 5번 혹은 자신이 말한대로 6번으로 내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최형우가 6번을 치는 타선은 도대체 얼마나 강할까. 공포의 중심타선 구축을 의미한다.
위즈덤이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능이 확 떨어질 시기도 아니다. 동갑내기이자 비슷한 스타일의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이 올 시즌 46홈런으로 대박을 쳤다. 위즈덤이 내년에 3~40홈런을 치고 다년계약까지 맺는다면 KIA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장기적으로 최형우를 중심타선에 넣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여유를 가지려면 변우혁이나 이우성, 한준수 등이 더욱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최형우를 비롯해 나성범과 김선빈도 3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가는 만큼, 20대~30대 초반 타자들의 성장이 꼭 필요하다. 그걸 실전서 입증하면 최형우가 공포의 6번타자가 될 수도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