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홍찬영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에 성공했다. 최근 경쟁당국들의 심사를 모두 통과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취득한데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은 향후 2년간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준비 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탄생하는 ‘통합 대한항공’은 수송량 기준 글로벌 11위(현재 대한항공 18위·아시아나항공 32위)로 급상승하며 10위권 진입을 바라보는 ‘메가케리어’된다.
다만 앞으로 대한항공이 해결해야 될 과제는 적지 않아 보인다. 독과점 해소 문제가 그 중 대표적인 해결 과제로 꼽힌다. 그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국제 노선을 양분해 경쟁 체제가 가능했지만, 아제는 경쟁 부재에 따라 운임 상승이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일리지 통합 문제와 에어부산 존치를 요구하는 부산 지역사회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역시 대한항공에게 남겨진 몫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한 축을 담담하는 항공사로 거듭나게 되는 만큼, 소비자들과 사회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며 확실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로 편입…4년 여정 마침표 찍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억3157만8947주(지분율 63.88%)를 취득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대한항공은 전날인 11일 시아나항공에 8000억원의 잔금을 지급하며 아시아나항공과의 신주인수거래를 종결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 지급한 계약금 3000억원과 중도금 4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완료했다.
당초 신주 인수는 이달 20일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 인수와 기업결합 심사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2020년 11월부터 추진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절차가 4년여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와 더불어 1988년 설립되며 36년간 국내 2위 항공사로 활약했던 아시아나항공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양사의 기업결합 여정은 지난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할 때만해도 양사 합병은 초기만 해도 일사천리에 성사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여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14개 경쟁 당국 승인이 장기화하면서 4년이란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유럽 4개 중복노선(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로마)에 대한 신규진입항공사(Remedy Taker)의 안정적 운항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매각 등을 승인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대한항공이 유럽 중복노선은 티웨이항공에, 화물기사업은 에어인천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에야 EC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미국 법무부(DOJ) 역시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14개국에서의 승인 절차가 모두 완료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2년간 독립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CI 교체, 내부 통합 등의 절차를 거친 후 통합항공사로 출범한다.
우선 내년 1월 16일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의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이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가캐리어’ 탄생 임박 속…LCC 업계도 지각 변동 예고
이렇게 탄생한 통합항공사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대한항공은 3분기 기준 여객기 135대, 화물기 23대 등 158대 항공기를,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중인 화물부문을 제외하고 여객기 68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합병 후 항공기는 총 226대로 늘어난다. 여객부문의 경우 글로벌 10위권(2019년 기준 11위)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두 회사 합병으로 LCC업계의 지각 변동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LCC)를 합친 통합 LCC도 출범하게 된다.
통합 브랜드는 진에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2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영하며,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회사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 규모는 1조3979억원, 항공기 대수는 58대(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다. 또 올해 1~10월 국제선 기준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058만명이다.
이는 오랜 시간 LCC 1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항공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제주항공의 매출 규모는 1조49억원, 항공기 대수는 41대, 여객 수는 714만 명이다.
이같은 지각 변동에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LCC들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항공업계 일각에선 제주항공이 통합 LCC 항공사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항공사 M&A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2019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한 데 이어 올해 4월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여기에 여객에 집중돼 있는 사업 구조를 탈피하며 항공화물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와 이스타항공도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나온 대한항공의 유럽 4개 노선을 넘겨 받아 국내 LCC 중 처음으로 유럽 노선을 취항했다. 특히 항공기 5대와 조종사, 승무원 등 100여명 등을 함께 넘겨 받아 행보가 주목된다.
운임 비용 오르나? 내 마일리지는 어떻게?
다만 대한항공은 통합항공사 탄생 예고 속, 아직까지 마음 놓고 웃을 상황은 아니다. 해결해야 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독과점 문제다. 그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장거리 국제 노선을 양분해 경쟁 체제가 가능했지만,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독과점 체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경쟁 부재에 따라, 통합 항공사의 여객 수송 점유율이 지나치게 운임 상승이 불가피해 것이란 우려가 따른다.
여기에 자회사 LCC까지 통합하면 통합 항공사가 알짜 노선을 모두 보유하게 돼 소비자 입장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에 통합항공사의 독과점 여부는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역시 양사 결합이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정조치 내용을 변경·구체화하기도 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2년 5월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 40곳에 대해 각 노선별 공급 좌석수를 2019년 공급 좌석수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지 못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면서 그 비율을 90%로 설정했다. 예를 들어 특정 노선에 연간 좌석 10만석을 공급하고 있었을 경우 합병 이후에도 해당 노선에 연간 9만석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두 회사 결합으로 중복 노선을 간소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노선 감소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역시 운임 인상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현재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수많은 국내외 항공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통합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인상하기 불가능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문제도 남아있다. 대한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2조 5278억원, 아시아나항공은 9758억원에 달한다. 합산하면 약 3조 5000억원 규모다.
이같은 마일리지를 두고 대한항공은 고심이 커진 상황이다. 미사용 마일리지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통합 전 이를 최소화해야 재무구조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은 양사 합병 이후 마일리지가 얼마나 남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통상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를 훨씬 높게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1마일리지 가치는 약 15원, 아시아나항공은 11~12원으로 차이가 있어 1대1 이관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전환 비율 등 통합 방안을 내년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마일리지 전환 비율은 공정위가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 “전문 자문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 비율을 설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존치’ 부산 단체 반발도 해결 과제…잡음 지속될 듯
뿐만 아니라 통합 LCC를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우려도 대한항공이 풀어야 할 과제다.
두 항공사의 자회사인 LCC 3곳에 대한 통합 논의도 본격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부산 지역사회는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조원태 회장이 통합 LCC의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밝힌만큼, 양사의 결합으로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부산에서 인천으로 거점이 이동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부산 지역 사회는 이를 극구 반대하며 분리매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2일 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이 키운 에어부산을 인천공항에 절대 내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이 만들고 지난 17년간 부산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지역이 애지중지 키워온 향토기업이자 지역 유일의 항공사”라며 “부산시민의 자존심인 에어부산이 모회사 기업결합으로 인천공항으로 끌려간다면 부산시민들은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가슴을 치고 통곡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부산시는 지역상공계와 협력 테이블을 마련하고 시민사회와 논의하고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제출하게 돼 있는 ‘인수 후 통합(PMI) 계획서’에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반드시 포함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달 4일 부산시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거나 에어부산 독립법인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에어부산의 독립 법인화와 분리 매각 등이 현실화 되기 위해선 정책 및 법적 문제 등 복합적 상황이 수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짂까지 대한항공은 LCC 3사의 통합은 기존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에어부산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측은 “LCC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단 규모 확대와 원가경쟁력 확보가 필수로, 3사의 통합 운영이 바람직하다”며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 일정과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수립 및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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