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검찰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고 탄핵심판 대상이 된 데 대한 허탈감과 착잡함 속에 “검찰은 이제 폐족”이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의 수사 당시 윗선 ‘외압’ 의혹에 맞서 소신을 관철한 일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주장이 엇갈리고 상관인 서울중앙지검장이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유명한 발언도 이때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고검 검사로 좌천돼 있던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고 이례적으로 고등검사장(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검찰총장에 오르는 파격 인사를 거쳐 다시 대선 후보까지 직행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는 검사 출신들이 여러 정부 요직에 발탁되면서 ‘검사 전성시대’, ‘검찰 공화국’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여사 수사를 4년 6개월 동안 끌어오다 압수수색 한번 없이 일명 ‘출장 조사’ 오명까지 뒤집어써가며 무혐의 처분을 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공정성 훼손은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내란이란 중대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친정’인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국회에서 탄핵소추까지 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검찰 조직 전체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잇따라 탄핵 소추되고, 내년도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특수활동비 예산 587억원이 전액 삭감되는 등 검찰을 향한 야권 공세가 거센 상황인데 앞으로 검찰청 폐지·공소청 전환 등 야권이 추진하는 법률 개정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 입법을 강행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한 간부급 검사는 “(윤 대통령이) 총칼을 든 순간 게임은 끝난 것”이라며 “검찰을 포함한 국민 모두의 길이 험난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급 검사도 “너무 속상하고 착잡하다”면서 “검찰은 이제 폐족 아니냐”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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