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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尹 탄핵 시위 주력은 2030 여성… 응원봉 손에 든 8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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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 11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리는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2030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 참가자 셋 중 한 명은 20~30대 여성일 정도다. 시위대 인적 구성이 바뀌면서 촛불 대신 응원봉이 집회 도구로 등장하고, 민중가요 대신 K-팝이 집회에서 불리고 있다.

15일 조선비즈는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규모를 추정했다. 서울시는 KT와 협업해 매일 1시간 단위로 각 지역에 사람이 얼마나 있었는지 추정한 생활인구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7일 여의도 생활인구에서 집회가 없었던 11월 5번의 토요일 평균 생활인구를 빼는 방법으로 집회 참가자 수를 추산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朴 탄핵 집회는 여성보다 남성 더 많이 참가

추산 결과 집회에는 오후 5시에 최대 규모인 약 27만6000명이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는 오후 3시부터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2시에 10만명을 넘었고, 3시부터는 20만명을 웃돌았다.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 위한 본회의가 열린 오후 5시에 가장 많았고, 오후 8시까지도 10만명 넘는 사람들이 여의도를 떠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생활인구를 성별·연령별로도 추정해 공개한다. 분석 결과 이번 집회 참가자자는 남성이 약 11만4000명(41.2%), 여성이 약 16만2000명(58.8%)이었다. 집회를 이끈 집단은 20대 여성이다. 오후 5시 전체 집회 참가자의 18.9% 규모인 5만2000명이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었다. 약 2만9000명(10.6%)이 온 30대 여성을 더하면 2030 여성이 전체 집회 참가자의 29.5%를 차지했다.

집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집단은 50대 남성(약 3만8000명, 13.9%)이다. 20대 남성(약 8000명, 3.0%), 30대 남성(약 1만4000명, 5.1%)은 상대적으로 집회 참가율이 떨어진다.

이런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광화문 촛불시위와 크게 다르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이용해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기 직전인 2017년 3월 4일 광화문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추산한 결과, 당시에는 남성 참가자가 64%, 여성 참가자가 36%였다. 20~30대 여성 참가자는 9.6%에 불과했다. 같은 나이대 남성 참가자(12.5%)보다 적다. 광화문광장에 가장 많이 나온 집단은 지금 50대가 된 40대 남성(16.9%)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017년 2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DB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017년 2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DB

◇정치권에 팬덤 문화 이미 들어와 ‘개딸’ 현상 나타나

20~30대 여성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윤 대통령을 가장 지지하지 않는 집단이었다. 한국갤럽이 1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0대(18~29세) 여성은 5%, 30대 여성은 9%에 그쳤다. 남성은 40대가 7%로 가장 낮고, 20대는 10%, 30대는 15%였다.

그런데 국회 앞으로 모인 청년층은 여성이 남성보다 크게 많다.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일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30대 여성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2년 전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 현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개딸들의 행동은 아이돌 팬덤 문화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2년 5월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개딸'들이 공룡, 강아지 옷을 입고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송 후보 유세 현장에 나타났다. /손덕호 기자
2022년 5월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개딸’들이 공룡, 강아지 옷을 입고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송 후보 유세 현장에 나타났다. /손덕호 기자

개딸들은 이 대표를 쫓아다니면서 공룡옷 같은 자유분방한 복장으로 나타나는 등 팬덤 문화는 이미 정치권에 이식됐다. 그러면서 정치 집회 문화가 축제처럼 바뀐 것도 20~30대 여성을 국회 앞으로 불러낸 한 요인이다.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응원봉’을 들고 나오고, 집회 현장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 로제의 ‘아파트’를 ‘떼창’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공개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에스파의 신곡 ‘위플래시’에 맞춰 “탄핵소추 빨리 표결” “불법 계엄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안모(23·여)씨는 “집이 가까워 7~8일에도 집회에 참가했다. 원래부터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던 와중에 탄핵 정국으로 들어가다 보니 집회 분위기가 축제 같아 올 맛이 난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보니 촛불이 아니더라도 빛나는 것은 다 들고 오길래 좋아하는 NCT 응원봉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여성 아이돌 그룹 '아이브' 응원봉. /인터넷 캡처
여성 아이돌 그룹 ‘아이브’ 응원봉. /인터넷 캡처

◇여성 아이돌 굿즈도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더 많이 사

응원봉을 들고 좋아하는 아이돌 공연을 즐기는 데에 남성팬보다 여성팬들이 더 열성적인 게 집회 현장 남녀 성비 차이로 이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1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HOT·젝스키스·SES·핑클 등이 활동할 때에는 각 그룹 별로 정해진 색상의 풍선을 들고 응원했는데, 2000년대 중반 동방신기·빅뱅이 데뷔했을 즈음 새로운 풍선 색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에 부딪혔다. 그래서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는 응원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제적 부담이 없던 풍선과 달리 응원봉은 1개에 3만~5만원에 달해 남성팬들은 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남성팬들은 대체로 굿즈를 잘 사지 않는다. 여성 아이돌 굿즈도 여성 팬들이 주로 산다”고 했다.

국회 앞 집회 현장에서는 진짜 촛불이나 LED 촛불보다 ‘윤석열 OUT’ 등이 적힌 일종의 응원봉이 더 많이 팔린다. 상인 김모(72)씨는 지난 9일 “주말 집회 때 LED 촛불과 응원봉을 다 갖고 나왔는데 응원봉이 더 잘 팔리더라”고 했다. 아이돌 팬덤이 쓰는 ‘진짜’ 응원봉을 찾는 수요도 늘었다. 홍대입구 인근 굿즈 판매 매장 점주는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응원봉을 사가는 사람이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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