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야당을 향해 맹비난하고 자신의 비상계엄이 정당했다고 스스로 옹호하자, MBC 앵커가 “내란 수괴로 지목된 피의자의 반복되는 파렴치한 거짓말에 제정신이 아니란 표현조차 부족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SBS 앵커는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고도 했는데, 그 2시간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고 했다. 지상파와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 중에서는 KBS 앵커만 비판하지 않았다.
야당 탓으로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선관위 부정선거 주장 △자신이 발동한 비상계엄의 정당성 강변 △비상계엄은 김용현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한 점 등을 주장했다. 비상계엄을 발동해놓고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 “소수 병력 잠시 투입한 게 폭동인가?” 등의 발언도 했다.
조현용 MBC 앵커는 클로징멘트에서 “변명은 비겁했다. 태도는 비루했다. 표현마저 저열했다”며 “망상에 빠진 채 이대로 혼자 퇴장하진 않겠다며 국민의 삶과 나라의 운명을 볼모로 붙잡고 허우적대는 듯 보이는 내란 수괴로 지목된 피의자의 반복되는 파렴치한 거짓말에 제정신이 아니란 표현조차 부족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란 호칭을 붙이는 것도 담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과연 적절한가 싶게 만드는 29분이었다.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이 왜 그 긴 시간을, 앞으론 또 얼만큼을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듣는데 써야할까요”라고 되물었다.
김현우 SBS 앵커도 클로징멘트에서 “비상계엄은 우리 일상을 헤집어놨고, 사람들은 여전히 걱정하고 또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오늘(12일) 담화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놀랐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만 말했다”며 “그러면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고도 했는데, 그 2시간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문종 KBS 앵커는 클로징멘트에서 “12월12일 특집 KBS 9시 뉴스를 마칩니다”라고만 말했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앵커멘트 및 앵커칼럼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비판이 이어졌다.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앵커칼럼 코너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하든 수사하든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2선 퇴진 약속을 닷새 만에 뒤집었다. 하야든 조기 퇴진이든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세상과 담을 쌓은 듯한 7200자 30분 강변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듣는 내내 무언가에 호되게 얹힌 듯 가슴이 답답했다”며 “반헌법 비상계엄을 도리어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병력 투입은 질서 유지를 위한 것’ 이라고 했다. ‘끌어내라, 체포하라’고 했다는 증언들은 못 들은 척했다. 모든 책임을 야당으로 돌렸다.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멈추도록 경고한 것’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총선에서 야당을 ‘거대 입법 권력’으로 키워준 장본인이 누구였습니까. 하는 말과 내리는 결정마다 민심을 돌려세운 당사자는 또 누구였나요”라고 물었다.
한민용 JTBC 앵커도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12일) 조기퇴진을 거부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28분20초 동안 이어진 대국민담화를 통해 닷새 전 1분50초 사과를 완전히 뒤집으면서입니다. 담화에서 대통령은 ‘2시간 짜리 내란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국회의 문을 부수고 의원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단 증언들이 쏟아졌는데도 내란 의도 자체를 부인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정민 채널A 앵커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한 이유 스스로 이렇게 밝혔다. 야당에 경고를 하려한 것이고, 선관위에 대해선 점검을 한 거다. 그러면서 탄핵이든, 수사든 끝까지 싸우겠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일을 시작했다”며 “30분 가까운 담화에서 사과는 딱 한 번 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주하 MBN 앵커는 “담화에서 사과는 단 한 줄, 국민을 놀라게, 불안하게 한 것만 인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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