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커피 시장을 흔들고 있다. 브라질 가뭄과 베트남 폭우로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시장에서도 커피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커피값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후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원두 수확량이 급감한 가운데, 전 세계 커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44달러로 치솟아 1977년에 기록한 3.38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올해 들어서만 80% 이상 급등한 수준으로, 약 50년 만에 최고가다.
아라비카 원두는 주로 고급 커피에 사용되며,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도 지난 9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과 로부스타 최대 생산국 베트남의 작황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브라질은 올해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커피 농장이 황폐해졌고, 10월 폭우까지 겹쳐 내년 커피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 커피 거래 업체 볼카페는 브라질의 2025~2026년 아라비카 생산량을 기존 예상보다 1100만 포대나 줄어든 344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베트남에서도 건조한 날씨와 수확기 폭우가 이어지며 로부스타 커피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후 위기가 커피 공급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볼카페는 전 세계 커피 공급량이 수요보다 약 850만 포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5년 연속 공급 부족 사태로, 글로벌 시장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커피값 인상은 이미 현실화…소비자 부담 가중
국제 원두 가격 급등은 이미 커피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서식품이 지난달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으며, 스타벅스 코리아도 올해 원두 가격 인상을 이유로 커피 가격을 올렸다.
세계 최대 커피 제조업체 네슬레는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포장 용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네슬레 관계자는 “원두 가격 상승은 이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가격 조정을 예고했다.
특히 원두를 대량 구매하지 못하는 개인 카페나 소규모 사업자는 고환율까지 겹친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446원까지 치솟으며 원두 수입 비용이 급등해 커피값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커피 가격 상승에도 글로벌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BBC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커피 소비량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커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원두 가격 상승이 1977년 이후 최악의 공급난에 따른 것으로,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과 공급망 관리 강화를 통해 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의 분석가 페르난다 오카다는 “커피 생산자와 로스터의 재고는 낮은 수준이지만, 커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며 “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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