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올해 식품업계선 ‘제로’ 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K라면이 해외에서 흥행하며 수출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비상계엄 여파가 확산하면서 식품업계에 불안이 엄습하는 모양새다.
◇ 음료에서 과자‧아이스크림까지 ‘제로’… ‘부작용’ 논란도
올해는 ‘제로’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가공식품이 ‘제로’를 달고 새롭게 출시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헬시플레져(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음료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과자부터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까지 확대됐다.
인공감미료들은 대체로 설탕보다 강력한 단맛을 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같은 양을 기준으로 수크랄로스는 설탕의 600배, 아스파탐‧아세설팜칼륨은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단맛을 가진다. 따라서 아스파탐을 예로 들자면, 아스파탐의 열량은 설탕과 같은 1g당 4kcal지만,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단맛을 가졌기 때문에 사용량은 설탕의 1/200배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엔 대체감미료로 인한 부작용이 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제로 아샷추(아이스티 샷 추가)’를 마시고 복통‧설사를 호소하는 글이 SNS로 퍼지면서 다수의 공감을 얻게 된 것이다. 당시 이디야커피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가 ‘제로 아샷추’ 신메뉴를 출시한 바 있다.
문제가 됐던 이디야커피의 제로 아샷추엔 ‘에리스리톨’이란 인공감미료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에리스리톨을 포함한 자일리톨‧말티톨 등은 당을 알코올로 바꾼 ‘당알코올’이 함유돼 있다. 해당 감미료는 이미 여러 식품에서 대체감미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두통‧복통‧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된다.
이에 이디야커피 측은 매장과 홈페이지를 통해서 에리스리톨이 함유된 제품과 관련해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
◇ 올해 연간 라면 수출액 ‘12억달러’ 전망… 지속되는 환율 우려
K라면 수출 흥행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기준 라면 수출액은 10억달러를 넘어선 10억2,062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미 4월부터는 매월 1억달러의 수출액을 넘기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라면 수출액은 12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 수출 호황의 중심에는 삼양식품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삼양식품은 ‘제6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수출탑은 수출 증대에 기여한 기업체에 주는 상으로 전년도 7월 1일부터 당해 연도 6월 30일까지를 기준으로 두고 선정한다. 삼양식품은 해당 기간 7억불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여기엔 삼양식품이 해외 현지 생산보다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 실제로 3분기 기준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반면 국내 라면 업계 1위에 자리한 농심의 경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것 외에도 해외법인을 통한 생산‧판매에도 집중하고 있다. 농심의 전체 매출 중에서 해외법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기준 27.4%다.
삼양식품은 “대표 수출 품목인 ‘불닭브랜드’의 세계적 인기로 매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면서 “2016년 930억원이었던 수출액은 지난해 8,093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3분기까지 9,63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닭브랜드 매출은 올해만 1조원을 넘어섰다”면서 “출시부터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4조원, 누적 판매량은 70억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달 들어 식품업계의 장래가 어두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우려로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이에 따른 파장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가운데, 여당 국회의원 대부분이 퇴장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나흘간 1,430원대서 유지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라면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확률은 낮다. 다만 라면이 수입 밀을 주요 원료로 하는 만큼 환율에는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수출 비중이 큰 기업도 당장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내수 비중이 큰 기업과 마찬가지로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식품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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