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유휴열은 작업이 일상인 사람이다. 필자가 작가의 속내까진 헤아려 알 순 없다. 정치적인 사람인지, 너무 지나친 주류는 아닌지, 사람 마음까진 알 수 없다. 다만 유휴열 작업이 집중력이 보이고 후퇴가 없이 시간 지나며 작품이 점점 좋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감상자들이 그의 작업을 관심 안 가질 순 없다. 그는 한국의 정신적 원형을 그 나름의 조형성으로 지금껏 표현해 왔다. 더불어 다양한 실험정신과 끊임없는 재료 탐색으로 한국미의 흥에 관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유휴열의 그림은 삶을 놀이해 왔다. 굿이나 연희의 과정에 녹아 있는 놀이, 고통과 억압 자유로운 해방과 같은 전 과정을, 더불어 살아있는 움직임을 놀이로 봤다. 생·놀이에 스며든 재료도 흙과 먹, 알루미늄, 한지, 도자, 자동차 도료, 알루미늄, 유채 등 다양하다. 입체든 평면이든 소재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가 구현해 내는 세계는 신기할 정도로 톱니바퀴처럼 그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해 가는 생명체 같다.
유휴열의 실험성과 고통의 힘이 그림을 바꾼다. 알루미늄 주름관을 잘라 연결하고 그 위에 채색했다. 소재는 대개 전통적인 것들에서 차용됐다. 어쩌면 유휴열의 작품이나 회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젠 정신적인 원형만으로는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얕은 공간들마저도 완전히 비워야 할 것 같다. 자기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잘 담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유휴열은 화폭이든, 알루미늄이든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삶, 불안, 고통, 감정 표출을 자극적인 색채와 붓질 등으로 거칠고 역동적으로 잘 그려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담 없이 채색되고 혼합 매체로 이루어진 부조 작업도 영역 없이 착수했다. 그는 동물적으로 재료선택을 떠나 대상의 색채와 구도, 형태 등의 조화를 구성한다. 단순히 아름답게 표현한다기보다는 나타내고자 하는 내면세계에 초점을 잘 맞추고 있다. 규모와 재료, 색채 범위를 점점 더 확장함으로써 유휴열 작품은 점점 더 실험적이며 활발해졌다.
이제 유휴열은 자기 집 주변의 사물들을 그리기로 기록한다. 우리 삶의 주위를 그린다. 주변에 있는 나무와 꽃과 새들을 그린다. 그중 ‘백일연화’는 대상의 사실적 재현에 충실하다. 유휴열에게 이러한 변화는 당연하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