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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상승에 북극도 탄소 내뿜는다, 기후변화 악순환에 속도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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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촬영된 미국 알래스카 북극 야생동물 보호구역 모습. 「연합뉴스」
올해 10월 촬영된 미국 알래스카 북극 야생동물 보호구역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존에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던 북극 지역이 이제는 탄소배출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래는 온실가스를 잡아두는 역할을 하던 북극권 툰드라 지대의 영구동토층이 기온상승으로 녹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에 기온상승으로 북극이 녹고 온실가스가 배출돼 다시 기온이 오르는 기후변화의 악순환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각)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연례 ‘북극 보고서(Arctic Report Card)’를 통해 북극 환경이 기온상승으로 상당히 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 지역에는 해빙 유실, 서식지 변화 등 여러 부정적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NOAA 연구진이 가장 심각하게 바라본 변화 가운데 하나는 영구동토층의 탄소흡수 능력 약화였다.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0도 이하로 얼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퇴적물, 토양, 기반암 등이 있는 지대를 말한다. 수천 년 동안 탄소흡수원으로 작용해왔으나 최근 북극권 기온이 높아지면서 흡수하는 온실가스보다 배출하는 양이 많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영구동토층 안에 모여 있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것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릭 스파인러드 NOAA 청장은 가디언을 통해 “우리는 북극 툰드라 지대가 온난화에 더해 더 잦은 산불을 겪고 있는 것은 관측했다”며 “이 때문에 이제 툰드라 지역은 저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어 기후변화 영향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NOAA와 협력해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 우드웰 기후연구센터는 북극이 세계 다른 지역들보다 빠르게 기온이 오르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동안 관측된 북극권 기온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기온보다 1.2도 더 높았다. 이는 같은 기간 0.7도 높아진 글로벌 평균 기온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학계 일각에서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영구동토층이 있던 자리에 식물들이 자리잡으며 새로운 탄소흡수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NOAA와 우드웰 연구센터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기온상승에 더해 탄소 배출량을 높이는 산불 발생도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허셀섬에서 촬영된 단층 내부 영구동토층 모습. 지면 아래 암석과 기반암 등이 얼어붙어 있다. 「위키미디아 커먼스」
캐나다 허셀섬에서 촬영된 단층 내부 영구동토층 모습. 지면 아래 암석과 기반암 등이 얼어붙어 있다. 「위키미디아 커먼스」

수 나탈리 우드웰 기후연구센터 박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툰드라 지대에서 한 번 산불이 발생하면 모든 식물을 없앨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담고 있는 토양층을 그대로 노출시킨다”며 “산불로 인해 녹아버린 동토층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토양이 노출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NOAA 집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까지 북극권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만으로 매년 평균 2억700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한국 수송부문 전체가 매년 배출하는 양보다 약 두 배 많은 수준이다.

NOAA는 여기에 습지와 동식물 활동 등으로 인해 자연 배출되는 메탄까지 더해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NOAA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관측 결과 북극권이 새로운 상태에 들어섰다는 것은 확인됐다”며 “향후 수십 년 동안 북극권에서 기후변화가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자 연대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브렌다 에크우르젤 기후학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북극에서 보고 있는 기후 재앙은 이미 전 세계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새로운 순탄소배출원이 이렇게나 일찍 또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은 좋은 일이 아니며 이번과 같은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일정 한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신 코메인 미국 컬럼비아대 기후학자는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를 통해 “이번 보고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여기에 별달리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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