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국회가 오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인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선 침묵한 채 야당만을 비판했다.
유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하여 스무 명 가까운 고위 공직자가 연속적으로 탄핵 소추되면서 정부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마치 국회가 비상계엄령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엉뚱한 인식도 드러냈다.
유 장관은 “치안을 책임지는 장관들이 모두 공석이 되면 국민들의 일상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어 “위기의 시대, 국민을 구하는 것은 차분한 법치”라며, “우리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언제 어떤 순간에도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법적 절차와 정치적 절차가 법치주의에 부합하게 전개되어 정부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수 의석을 보유한 정당의 지혜와 자제를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유 장관이 야당의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이 법과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셈이다. 유 장관은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에 없던 중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 여러분이 겪고 계신 고통과 혼란에 대해 말할 수 없이 괴롭고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이번 사태 이후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첫 공식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령 발동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유 장관은 지난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선포에 앞서 소집한 국무회의엔 참석하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의결에 따라 계엄령 해제를 위해 열린 이튿날 새벽 국무회의엔 참석했다.
한겨레 임석규 기자 /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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