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HC)의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가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가운데, 경찰이 용의자 루이지 맨지오니를 검거했다고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날 미국 CNN·NBC뉴스·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제보를 받고 출동한 펜실베이니아주 알투나에서 약 375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한 맥도날드에서 총격 사건 용의자 루이지 니콜라스 맨지오니(26)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용의자 맨지오니는 톰슨 CEO을 살해할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총을 소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건은 지난 4일 6시 40분쯤 맨해튼 뉴욕의 한 거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근 호텔에서 열리는 UHC 투자자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도보로 이동 중이던 톰슨의 뒤에서 한 남성이 총격을 가해 살해한 사건이다.
현장에서는 ‘거부'(deny), ‘지연'(delay), ‘진술·퇴장'(depose) 등 보험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적힌 탄피가 3개 발견됐다. 이 때문에 보험금 지급 거절에 앙심을 품은 용의자가 톰슨 CEO를 살해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UHC는 미국 보험사 가운데서도 보험금 지급 거절로 악명이 높은 업체였다. 이 회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율은 업계 평균(약 16%) 두 배에 가까운 32%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살인 사건이라는 흉악범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는 용의자를 옹호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그에게는 ‘UHC 암살자(assassin)’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또한 경찰이 배포한 인상착의와 비슷한 옷을 입고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찰을 피해 도주하던 맨지오니는 결국 9일 오전 맥드날드 직원의 신고로 체포됐다.
그를 지지하던 일부 ‘팬’들은 경찰에 맨지오니를 신고한 알투나 인근 맥도날드 매장에 별점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경찰이 어떤 지점에서 체포됐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알투나 인근 매장 3곳이 타겟이 됐다. 해당 매장들에는 ‘쥐가 나왔다’는 등의 별점 1점 리뷰가 다수 게재됐으며, “고자질쟁이(snitches)”라고 악평을 남기기도 했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용의자 맨지오니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졸업생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알려졌다. 아이비리그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 및 학사를 취득한 엘리트인데다, 메릴랜드주 하원의원인 니노 맨지오니의 사촌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줬다.
과거 그와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는 “매우 사려 깊은 아이였다. 소통도 잘 되고 친절하고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리더 같은 면도 있었다. 그는 단 한번도 총이나 폭력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는 허리에 문제가 있어서 하와이에서 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기본 서핑 레슨을 받다가 (다쳐) 일주일 동안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힘들어했다”며 “올해 초에 몸에 나사를 박는 수술을 받았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그가 소지한 가방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과 소음기, 위조 신분증, 미국 기업과 의료 산업에 부정적인 의견이 적힌 문서 등이 나왔다.
그가 소지한 권총은 3D 프린터로 제조된 부품을 조합해 만들어 일련번호가 없는 일명 ‘유령총'(고스트건)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가 악명높은 테러리스트이자 수학자인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반기술 성명문을 읽었다고 밝혔다. 카진스키는 16번의 폭탄 테러를 자행한 연쇄살인마로 UC 버클리 대학교 최연소 조교수가 된 엘리트로 알려졌다. FBI가 붙인 별명 ‘유니바머'(Unabomber, university and airline bomber)로 더 잘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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