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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폭력 난무하는 어른들의 개싸움” 5년 만에 돌아온 블랙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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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반가운 얼굴들이 함께하는 블랙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이 5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10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대학살의 신’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자리에는 김태훈 연출을 비롯해 ‘미셸’ 역의 김상경, 이희준, ‘베로니끄’ 역의 신동미, 정연, ‘알랭’ 역의 민영기, 조영규, ‘아네뜨’ 역의 임강희 등이 참석했다.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블랙코미디 연극으로, 자녀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가 소파에 앉아 나누던 대화는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변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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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2008년 작품인 ‘대학살의 신’은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어워즈(최우수 코미디상) 등에서 주요 부문의 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등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앞서 두 시즌에서 모두 연출을 맡은 김 연출은 “7명의 새로우 배우와 5년만에 올리게 되어서 기쁘고, 훌륭한 배우들과 작품을 올릴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즌은 배우가 바뀌었다. 똑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배우들이 가진 역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색깔을 가진 ‘대학살의 신’이 될 것같다. 지난 두 시즌은 아이들의 놀이터를 콘셉트로 가져왔다면, 이번에는 라이트 박스를 이용해서 격투장 같은 느낌을 내서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어른들의 싸움, 인간의 내면에 대한 표현을 더 하려고 노력했다.”

작품의 제목부터 등장하는 ‘대학살’이란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끔찍한 떼죽음이 아니다. 김 연출은 “학살이라는 건 인류에 나오는 이례에 계속 존재하는 행위들”이라면서 극 중 등장하는 ‘학살’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도 어떤 욕심이나 탐욕으로 다른 사람 것을 뺏기 위해 짓밟고 해하는 것이 학살이라면 우리 주변에서도 학살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도 이기적이고, 자신의 욕망 때문에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깔보고, 이득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는 4명의 사람들이 보여진다. 그런 의미로 학살이란 피가 난무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언젠가는 당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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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훈 연출 [사진=연합뉴스]

날카로운 설전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토픽들 중 프랜시스 베이컨은 무대를 완성하는 상징적 오브제로도 자리했다. 무대 오른편 벽에 글린 그림과 중앙에 자리잡은 거울은 그의 작품 세계와 ‘대학살의 신’을 연결지어 연극이 지닌 정체성을 나타낸다.

“무대 오른편에 걸려있는 그림은 베이컨의 그림이다. 그는 인간 안의 있는 잔혹함과 잔인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표현한 화가이고, 저희 작품 대본에서도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또 무대 가운데에는 거울이 하나 있다. 그 거울의 형태는 베이컨 그림에 나오는 입을 표현했다. 베이컨에게 있어서 입이라는건 고통이나 폭력들에 대한 절규, 신음들이 나오는 상징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저희 작품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을 했다.”

이번 시즌의 ‘대학살의 신’을 함께하는 캐스팅 라인업에는 오랜만에 무대 연기에 복귀하거나 연극에 데뷔한 배우들이 눈에 띈다.

2009년 이후 14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상경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보다 하면서 점점 재밌어지는 연극”이라면서, “저번주부터 관객분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연극의 3요소에 맞게 관객분들이 채워주시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대학교 연극과를 나와서 항상 연극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근데 현업에 나와서는 워낙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바빠서 계속 미루다 한번 시간이 맞아서 2009년에 했었던거다. 이번에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다. 공연 문화가 많이 바뀌었더라. 공연장이 1년 전에 예약이 되고, 캐스트가 확정이 되는거였다. 그래서 연극, 드라마를 먼저 잡고 그 다음에 거기에 드라마를 맞춰야 하는 건데 물리적으로 제가 맡은 역할이 같이 하기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 많았다. 이번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주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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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주로 브라운관에서 활약을 펼친 신동미도 오랜만에 무대 연기로 돌아왔다. 그는 “자유소극장에 1999년에 서고 25년만에 서본다. 너무 감회가 새롭고, 기쁘면서 떨린다. 첫 공연 올리고 나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연극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지고 있는 중”이라면서 설렘을 표했다.

“드라마를 많이 찍다 어느 순간 연기적으로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너무나 다행스럽게 이 작품이 왔다. 초반에 많이 힘들었고, 다시 연극이라는 매커니즘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근데 역시 하다보니 그동안 너무 짧은 호흡들로만 해왔던 걸 긴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 배우 인생에서 좋은 순간이지 않았나 생각하게됐다.”

유명 뮤지컬 배우인 민영기는 이번 ‘대학살의 신’을 통해 연극에 처음 도전했다.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데 그 작품이 ‘대학살의 신’이어서 좋았다고 말한 그는 “연극에서 블랙 코미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도전이었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테일한 목소리와 상황에 맞는 목소리들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연출님도 사실적으로 하기를 많이 원하셨다. 워낙 그동안 했던 작품 중 고전이 많아서 사람같지 않은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말빨 좋은 변호사를 표현해야해서 그 점에 많이 신경을 썼고, 노력했던 것 같다.”

최근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활약한 후 다시 한번 코미디 연극으로 돌아온 이희준도 새로운 도전을 했다. 데뷔 이후 한 극단에서만 공연해왔던 그는 “평소에 늘 관심있고 좋아했던 대본이라 제안왔을 때 선뜻 함께하겠다고 결정했고, 공연하면서도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언급하며 연출작에도 영향을 미친 작품과의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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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대학살의 신’의 대본을 너무 사랑하고, 워낙 영화도 좋아해서 열번을 넘게 봤을 정도다. 5년 전에는 ‘대학살의 신’처럼 한 공간에서 부부들이 싸우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45분짜리 중편 영화 ‘직사각형 삼각형’을 찍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아주 크다. 원래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창단 멤버로서 20년 넘게 간다에서만 공연을 해왔다. 다른 극단, 연출에서 제안을 준 적은 많았는데 간다와 아닌 사람들과 공연한다는게 어색하고 겁나서 못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대학살의 신’의 대본을 줘서 할 수 밖에 없었다. 막상 해보니까 간다 밖에서도 많이 해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대학살의 신’이 가진 매력에 대해 정연은 “음주와 폭력이 난무하는 합법적인 어른들의 개싸움”이라고 소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신고 당하지 않고, 끌려갈 일 없다. 여러분들이 앉아서 편안하게 보실 수 있는 굉장히 유쾌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영규가 “아주 기가막힌 대화들과 타이밍, 호흡과 템포들이 있다는 게 이 작품의 큰 재미”라고 말한 것처럼, 작품은 빠르고 리듬감있는 템포로 쉴새없이 핑퐁을 이어나간다. 이번 시즌에서 유일하게 원캐스트로 활약하는 임강희는 이러한 작품의 특성에 적응하는데 겪은 어려움과 그에 따르는 색다른 재미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하면서 느리고 긴 호흡을 가진 작품들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빠르고 네명이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하는 공연을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었다. 빨리빨리해야 하는 호흡들이. 근데 지금 익숙해지다보니까 너무 재밌고, 관객들을 만나서 더 재밌어졌다. 누구 하나 개인기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네 명이서 합이 딱딱 맞아야하는 공연이라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한편 ‘대학살의 신’은 내년 1월 5월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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