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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불발] 외신들 ‘최악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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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이라.

이 몸의 위업을 보라, 강한 자들아. 그리고 절망하라.”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무너져 닳아버린,

그 거상의 곁에는 외롭고 텅 빈 모래밭이

그저 머나먼 곳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 영국 시인, 1792~1822)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3일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국에서 계엄이 발동된 것은 1979년 10월 이후 처음, 45년만이었다. 707 특수임무단을 앞세운 계엄군은 국회 본관으로 향했다. 군의 투입을 막기 위해 국회 관계자들과의 충돌도 발생했다.

오전 1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이후 윤 대통령은 새벽 4시 27분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계엄이 진행된 시간은 6시간. 한국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라 전체는 혼란에 빠졌다. 환율,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전 세계의 비판, 외교 위기에 직면했다.

더 큰 문제는 이날의 폭풍이 여전히 한반도 전역을 휩쓸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진행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불성립되면서다. 이에 대해 외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등에선 한국 정치·경제·사회·안보 등 전 분야에 장기간 혼란과 피해가 초래될 것이란 우려를 보내고 있다.

◇ 외신, “계엄과 탄핵 반대 모두 ‘최악’의 수”

연이어 발생한 ‘12.3 비상계엄사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성립’에 대해 가장 먼저 비판적 입장을 보인 곳은 외신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입을 모아 ‘탄핵은 여당이 선택한 최악의 결과’라는 논평을 냈다.

지난 7일 세계 최대 뉴스통신사 ‘AP통신’은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계엄령 시행과 관련해 야당이 주도한 탄핵 시도를 피했다”며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이 토요일에 열린 국회에서 대통령 권한을 정지하는데 필요한 3분의 2 이상 투표 출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임기는 의회와의 끊임없는 마찰, 북한 위협에 대한 두려움, 그와 그의 아내(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일련의 스캔들로 점철됐었다”며 “이처럼 오랜 시간 비판과 스트레스에 직면한 그가 강경한 극소수의 ‘충성주의자’들의 조언에 의존, 충동적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입을 모아 ‘탄핵은 여당이 선택한 최악의 결과’라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왼쪽부터) AP통신과 뉴욕타임즈의 탄핵 표결 불성립 관련 보도./ 각 사 홈페이지 캡쳐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입을 모아 ‘탄핵은 여당이 선택한 최악의 결과’라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왼쪽부터) AP통신과 뉴욕타임즈의 탄핵 표결 불성립 관련 보도./ 각 사 홈페이지 캡쳐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 탄핵 실패를 가져온 여당 의원들에 대해 비판적 메시지를 냈다. NYT는 7일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는 토요일 밤 실패로 끝났다”며 “이로 인해 지난 3일 발생한 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은 장기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야당의 움직임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 보이콧과 필요한 정적 수 확보를 방해로 좌절됐다”며 “탄핵 동의안 표결이 부쳐지기 전 단 한 명(안철수)의 의원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이 방에서 나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실패한 이번 탄핵 투표는 더 많은 정치적 혼란과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대중들의 시위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윤 대통령이 소속된 야당 국회의원들은 그에게 충성을 다하고 대통령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스저널(WSJ)’은 칼 프리드호프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 “탄핵 표결 불성립은 국가보다 당을 우선시한 국민의힘이 선택한 최악의 결과”라며 “이는 ‘피로스의 승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피로스의 승리란 ‘이겼지만 손해만 막심한 승리’라는 의미다. 고대 그리스 북서부 에페이로스 왕국의 왕 피로스 1세가 피로스 전쟁에서 로마군을 상대한 후 한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당시 헤라클레아 전투에서 피로스 1세는 승리했지만 4,000여명이 넘는 병사를 잃었다.

지난 7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찬성 집회 현장./ 시사위크 DB
지난 7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찬성 집회 현장./ 시사위크 DB

◇ 탄핵 반대에 경제도 ‘휘청’… “4월로 대선 밀리면 경제에 악영향”

경제·산업계도 계엄선포와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성립 여파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중 직격탄을 맞은 곳은 증권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코스피(KOSPI)는 2,360.58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날(2428.16) 대비 2.78%(67.58↓)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3일 코스피 2,351.83 이후 1년 1개원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사디르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지난 4일 사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를 방문, ‘수리온헬기(KUH)’ 탑승 행사 및 도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포함한 VIP 국내 단체 일정도 긴급 취소됐다.

미국 정치 사회 비영리 연구기관인 ‘로버트 랜싱 연구소(Robert Lansing Institute)’는 “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내부 불안정은 한국의 북한 도발 대응 능력, 지역 외교 참여 능력을 제한시킬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장기간의 불안정은 한국의 경제 활동을 방해하고 아시아의 무역 파트너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사태가 빨리 수습될 시 오히려 한국 경제가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3일 영국의 글로벌 리서치 업체 ‘TS롬바드(Lombard) 로리 그린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타당하지 않고 한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며 “조만간 탄핵에 이어 조기 대선까지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실패의 연쇄효과로 한국의 경제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대선이 4월 이후로 연기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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