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TV시리즈 ‘정년이’에서 매란국극단의 단원 홍주란 역을 맡아 청순한 매력과 함께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바탕으로 주인공 윤정년(김태리), 허영서(신예은) 등과 멋진 연기 앙상블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배우 우다비를 만나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년이’는 ‘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출한 정지인 감독이 만든 시대극으로 여성국극이라는 잊혀진 우리의 전통극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 우다비(사진: NCH엔터테인먼트) |
김태리, 신예은, 정은채(문옥경 역) 등 다른 주연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판소리와 무용, 연기가 결합된 종합 예술인 국극을 무대에 펼쳐내는 배우를 연기하는 것은 신예 배우인 우다비에게 배우 인생을 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우다비에게 ‘정년이’의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과정에 대해 물었다.
“제 또래 친구들은 오디션 볼 때 다 주란 역할을 받았다고 해요. 오디션을 본다는 소식 듣고 원작을 다 봤어요. 근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아 꼭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됐죠”
하지만 판소리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었던 우다비에게 오디션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우다비에게 ‘정년이’의 오디션은 연기에 대한 새로운 의욕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어떻게 하면 감독님이 원하시는 바와 맞아 떨어질 수 있을까 뭐 이런 걸 생각하는 과정인 것 같은데 그래도 지나고 생각을 하니까 되게 재미있었고 저한테는 열정의 시간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우다비는 치열한 경쟁 끝에 홍주란 역을 따냈고 약 1년이라는 시간을 ‘정년이’에게 자신을 온전히 쏟아부었다.
“캐스팅이 되고 나서 다들 레슨 선생님이 붙여졌고 그 선생님이랑 계속 만나면서 연습을 했는데요 초반엔 많이 좌절했던 거 같아요. 너무 어렵기도 하고 선생님이 너무 훌륭하신데 제 거 들어보면 너무 턱없이 부족하고 이러니까 되게 고민을 많이 하고 또 좌절을 반복하는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꿋꿋이 해냈기 때문에 좋은 장면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양예고를 나와 성신여대에서 미디어연기를 전공한 우다비는 고교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2년 선배 신예은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다. 고교 재학시절 연극을 하면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을 주로 맡았던 우다비에 비해 신예은은 그 시절에도 주인공을 도맡는 존재였다.
때문에 우다비에게 신예은과 한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는 일은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 사진: tvN ‘정년이’ 방송 화면 캡쳐 |
특히 극중 영서가 주란이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주란이가 영서의 연기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조언을 하는가 하면 주란이가 영서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영서가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주란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감회가 새로울 법했다.
“정말 특별했죠. 학교에서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던 선배와 함께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게 되게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선배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실제 성격은 엄청 개구지고 깜찍한 성격이라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또 편하게 의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우다비에게 배우 김태리와의 만남 역시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년이’를 하면서 제가
태리 언니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태리 언니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도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김태리를 롤모델로 삼고 싶었다는 우다비에게 김태리가 가진 배우로서의 힘에 대해 물었다.
▲ 사진=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
“열정과 에너지인 것
같아요. 정말 어느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었고 정말 세심하게 파고들면서 모든 그림을 그려갔거든요. 사실 저는 제 것 보기 바빴어요. 전체적인 그림 같은 거에 신경 쓸 여지가 없었는데 언니는 정말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자기 것들을 해내고 또 남의 것들도 신경을 써주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정말 ‘(태리 언니가) 주인공의 무게를 확실히 짊어지고 있는 단단하고 견고한 배우구나’를 실감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정년이’는 등장 인물들이 펼치는 서사 외에 ‘춘향전’ ‘자명고’ ‘쌍탑전설’ 등 극장에서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극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시리즈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장면 역시 무대에서 끝났다.
그런 이유로 홍주란이 결혼을 위해 국극단을 나와 본가로 향하기 전 새벽 시간에 윤정년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드라마 ‘정년이’의 또 하나의 라스트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이었다.
▲ 사진: tvN ‘정년이’ 방송 화면 캡쳐 |
우다비에게 그 장면에 대해 묻자 다소 긴 이야기가 돌아왔다.
“뭔가 항상 망설이고
얘기를 안 하던 주란이라는 인물이 숨겨 눌러왔던 마음을 얘기하는 장면이다 보니 저도 정말 심혈을 기울였던 신이기도 하고 오히려 다른 신들은 태리 언니랑 많이 사전에 연습을 했지만 그 신 자체는 크게 연습을 안 했었어요. 그래서 더 뭔가 날것에 가까운 감춰왔던 마음이 더 드러날 수 있었던 신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신을 찍을 때의 뭔가 공기 같은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정말 그만큼 애틋한 신이고 TV로 제가 보면서도 제가 연기했지만서도 정말 슬프고 아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전체적인 배우 생활 속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소중한 신입니다.”
‘정년이’에는 윤정년과 허영서, 문옥경까지 대표적으로 남역을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우다비에게 만약 남역을 낱게 됐다면 세 명 중 어떤 스타일의 남역을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이에 대한 우다비의 답변은 주저 없이 문옥경이었다.
‘정년이’에서 문옥경을 연기한 정은채는 순정 만화 속 완벽한 외모와 젠틀한 매력을 겸비한 남자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국극 분야에 독보적인 남역 스타로서의 존재감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이같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캐릭터 설정과 완벽에 가까운 연기에 우다비는 동료 배우로서가 아닌 팬으로서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옥경 너무 멋있잖아요.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키가 작아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정은채 언니는 데뷔할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배우거든요. (휴대폰) 배경 화면 해놓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정말 제가 정말 ‘심쿵’을 많이 하게 된 그런 선배였던 것 같습니다.”
촬영 기간중 정은채와 대화를 많이 나눴는지 묻자 우다비는 “부끄러워서 말을 못
했고요. 나중에 제가 같이 방송 볼 때 너무 좋아하니까 우스갯소리로 “내일 주란이 너 내 집 앞에 가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농담 삼아서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웃었다.
배우로서 아직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직접 관객을 만나본 경험이 없는 우다비는 ‘정년이’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무대 예술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무대 공연으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고, 무대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정말 그 무대
위에서 촬영을 했고 관객들이 있는 상태에서도 찍었기 때문에 저희도 정말 공연 올리듯이 힘을 받아서 에너지를 소통하고 호흡하는 그런 걸 느끼면서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연기한 국극 배역과 관련 어떤 역할에 가장 애착이 가는지를 물었다. 우다비는 ‘자명고’의 구슬아기를 꼽았다.
“자명고를 되게 오래 연습한 극이기도 했고 또 제가 혼자 서서 소리를 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저 혼자 하는 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되게 열심히 연습을 해서 죽을 때까지 그 노래가 생각날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연습을 했어요”
앞으로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지 묻자 우다비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지 않은 장래에 대학로 무대 어딘가에서 우다비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소위 ‘대표작’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연기력을 인정 받고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까지 얻게 된 우다비에게 ‘정년이’라는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어떤 부분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가장 성장한 부분은
그래도 제가 조금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전에는 좀 제 자신에 대해서 먼저 한계를 정해 놓고 ‘나는 이런 역할이 맞는 배우’라고 규정을 해놨던 것 같은데 이번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옷을 입어봄으로써 ‘더 다양하게 해볼 수 있겠다. 내가 한계를 둘 필요가 없겠다’ 이런 걸 깨달으면서 좀 더 성장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다비는 그 동안 자신의 나이보다 어린 고등학생 나이에 도도하고 새침한 캐릭터의 연기를 펼쳐왔지만 ‘정년이’에서는 나이는 어리지만 차분하면서도 올곧고 깊고 강한 내면을 지닌 홍주란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은 대표작을 마친 만큼 앞으로 맡고 싶은 배역도 궁금해 졌다. 우다비는 ‘정년이’를 통해 수확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배역이 주어지기를 바랬다.
▲ 우다비(사진: NCH엔터테인먼트) |
“주란이 캐릭터의 연장선으로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고 좀 긍정적인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역할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배우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다비는 ‘긍정적 정서의 전달자’로서 배우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좋아서 하는 일은
맞지만 대중문화예술을 한다는 건 사람들에게 좋은 정서를 전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좋은 얘기를 해야 되고 또 나로써 투영하는 것들이 사회를 좋게 만드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좋은 얘기를 하는 뭔가 긍정적인 마음을 실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또 배우로서 목표라고 하면 저는 그냥 제가 한 연기가 제 마음에 들면 좋겠어요. 제 마음에 들고 제가 떳떳하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특한 소재와 작품을 위해 오랜 기간 판소리를 수련해 가며 소리꾼으로 변신한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정년이’는 세대를 아우르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단연 2024년을 대표하는 화제작의 반열에 올랐다.
우다비에게 인기를 실감하는지 물었다.
“집 밖에 막
나가진 않는데 이번에 인터뷰를 하고 다니면서 기자님들 중에 ‘정년이’를 봐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무실에서 막 박수 쳐주시고 하는데 그럴 때 좀 감사함과 뿌듯함을 좀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메시지 같은 것도 많이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함을 느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우다비(사진: NCH엔터테인먼트) |
시리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우다비는 ‘정년이’ 촬영을 마친 뒤 방영일까지 남는 기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촬영 끝나고 나서 방영까지 세 달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작품도 없었고 ‘정년이’가 방영되기 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그냥 나태해지기 싫더라고요. 뭔가 루틴한 일상을 살고 싶어서 평일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또 오후에는 제 시간 보내고 이런 식으로 살았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규칙적으로 살기 힘든데 좋은 경험이었고 되게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정년이’를 마치고 처음으로 스위스로 여행을 다녀온 우다비는 다시 시드니로 여행을 떠났다.
귀국하는 대로 차기작을 검토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그 동안 제의가 들어온 작품들 가운데 2~3개 작품으로 압축한 상황이다.
대표작을 만나고, 그 작품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차기작을 통한 ‘변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다비가 어떤 선택으로 대중들 앞에 돌아올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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