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부채가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금융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1인 가구’와 ‘고령 가구’가 늘어난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만 살펴보면, 이들의 평균 부채 규모는 되레 늘어났다.
가구당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규모도 3%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 하위인 1·2·3분위 가구에서 모두 순자산이 감소했고, 상위인 4·5분위 가구에서 많이 증가한 결과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4022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5% 증가한 것이다. 금융자산이 저축액 증가 등으로 6.3% 늘었고, 실물자산은 1.3% 늘었다.
가구의 평균 부채는 9128만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가구당 부채가 줄어든 것은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금융 부채가 0.8% 줄었고, 임대보증금도 0.1% 감소했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 역시 60.7%로 1.4%포인트(p) 줄었다.
하지만 이는 가구 구조의 변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부채가 없거나 규모가 적은 1인 가구, 60세 이상 가구 등이 늘면서 부채 보유 비율이 감소하고 전체 평균을 감소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되레 증가했다. 가구당 1억5043만원으로 전년보다 1.6% 늘어났다. 평균 부채는 40대 혹은 자영업자 가구주의 가구에서 각각 1억3148만원, 1억2020만원으로 높았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4894만원으로 3.1%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불평등이 강화했다. 자산이 가장 많은 10분위가 전체 가구 자산의 44.4%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1%p 늘어났다. 반면 하위인 8·9분위의 점유율은 12.3%, 18.6%로 각각 0.2%p, 0.3%p 감소했다.
다섯개 분위로 나눠봐도, 소득 하위 구간인 1·2·3분위는 순자산이 각각 2%, 1.6%, 2.3% 줄어들었다. 반면 상위 분위인 4·5분위는 각각 3.9%, 6.6% 증가했다. 상위 소득 가구의 순자산 증가가 전체 순자산 증가세를 견인한 셈이다. 순자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12로 전년 대비 0.007 증가(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했다.
다만 순자산이 아닌 여타 처분가능소득 등 분배지표는 ‘소폭’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시장소득+공적이전소득-공적이전지출) 기준 근로 연령층의 지니계수는 0.302로 전년보다 0.001p 하락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소득 5분위 배율도 0.04배p 낮아진 5.72배였고,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전년과 동일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의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 소득 분배 지표로, 그 값이 클수록 불평등도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난해 기준 가구의 평균 소득은 7185만원으로 전년(6762만원)에 비해 6.3%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5.6% 증가했고, 사업소득이 5.5% 증가했다. 전체 가구 소득 중에서 근로·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재산소득 비중은 늘었다. 가구의 평균 비소비지출은 1321만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이 중 공적연금·사회보험료는 440만원, 세금은 430만원으로 각각 1.6%, 3.3% 늘었다. 가구주의 예상 은퇴 연령은 68.3세였으며 실제 은퇴 연령은 62.8세로도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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