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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그 후, 고민시·이도현의 ‘오월의 청춘’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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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그린 이도현(왼쪽)과 고민시. 사진제공=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그린 이도현(왼쪽)과 고민시. 사진제공=KBS

“매년 돌아오는 5월이 사무치게 아픈 이들에게는 작은 위로를, 이 순간 각자의 5월을 겪어내는 이들에게는 그 5월의 불씨를 전하고 싶다.” 이강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오월의 청춘’이 전하고자 했던 ‘불씨’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와 뒤따른 계엄령 해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담화문 발표에 이어진 반발, 9일 비상계염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된 특수전사령부 제707특임대의 김현태 단장(대령)이 “부대원들은 모두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데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밝힌 기자회견까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도 혼란이 가중되면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영화가 날선 시선을 받는 등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편으론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부터 주목받는 영화와 드라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넘어 KBS 2TV 드라마 ‘오월의 청춘’으로도 뜨거운 관심이 향한다.

배우 고민시와 이도현이 주연해 지난 2021년 5월2일부터 6월일까지 12부작으로 방송한 ‘오월의 청춘'(연출 송민엽)은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역사의 한복판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희태(이도현)와 명희(고민시)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서울대 의대생인 희태가 고향인 광주를 찾아오고, 마침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당차고 용기있는 간호사 명희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해 5월 광주는 평범한 꿈을 꾸고 남들처럼 사랑하고 싶었던 둘 사이를 총과 피로 갈라 놓는다.

‘오월의 청춘’은 방송 당시 5%대의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작품의 가치를 알아 본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줄곧 호평받은 수작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줄곧 이어졌지만 ‘오월의 청춘’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당대 아픈 역사를 풀어내 시청자를 더욱 몰입하게 했다. 지금은 내로라하는 스타가 됐지만 드라마 방송 당시만 해도 ‘주목받는 신인’이었던 고민시와 이도현이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이들은 싱그러운 봄날처럼 빛났지만 이내 군홧발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청춘의 비극을 그린다. ‘오월의 청춘’을 통해 두 배우 모두 주연으로 우뚝 섰다. 

극본을 쓴 이강 작가는 드라마의 기획의도에서 “통곡과 낭자한 피, 함성과 매운 연기로 가득했던 80년 5월의 광주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휘말린 두 남녀의 이야기이자 (비극이 아니었다면)평범하게 살아갔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매년 돌아오는 5월이 사무치게 아픈 이들에게는 작은 위로를, 이 순간 각자의 5월을 겪어내는 이들에게는 그 5월의 불씨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고민시(왼쪽)은 독일 유학을 꿈꾸는 당찬 간호사 명희로, 이도현은 그런 명희를 사랑하는 젊은 의사 희태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KBS
고민시(왼쪽)은 독일 유학을 꿈꾸는 당찬 간호사 명희로, 이도현은 그런 명희를 사랑하는 젊은 의사 희태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KBS

1980년의 5월은 두 청춘 희태와 명희에게 비극으로 남았다. 둘은 사랑과 꿈을 이루려고 광주를 떠나려 하지만, 계엄군의 군홧발이 이들을 가로막는다. 계엄군에 의해 위험에 처한 명희를 대신해 희태가 부상을 입고, 계엄령으로 통금시간까지 당겨지면서 이들의 운명은 자꾸만 엇갈린다. 

드라마는 명희의 죽음과 그 사실을 모르는 희태가 실종 전단지를 들고 그녀를 찾아 헤매는 데까지 이어진다. 40여년이 흐르고 비로소 명희의 유골과 유품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희태는 과거 명희와 몰래 치른 결혼식 당일 읽지 못한 혼인서약서를 보고 뒤늦은 답장을 써 명희의 무덤에 바친다.

‘오월의 청춘’이 지금 대중에게 더 뜨겁게 다가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실과 뗄 수 없는 비극을 담고 있어서다. 철저히 실제 역사에 기반한 이야기를 통해 민주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짓밟은 신군부 세력을 고발한 영화 ‘서울의 봄’과 달리 ‘오월의 청춘’은 5월처럼 빛나는 두 청춘이 군홧발에 무참하게 짓밟히는 이야기를 통해 잊으면 안 되는 그날을 되살린다. 이들 작품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역사의 비극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런 흐름 속에 드라마의 주인공인 배우 고민시의 SNS에는 ‘오월의 청춘’과 그 비극에서 희생된 명희를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이들의 열망과 바람이 집중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사랑하는 명희야 이번에는 꼭 지켜줄게. 가고 싶어 했던 독일도 가고, 평화로운 5월의 밤에 풀벌레 소리도 듣자”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우리 명희 이제는 우리가 지켜줄게. 이제 네가 제대로 살게 해줄 테니 우리를 믿어주렴”이라는 글을 썼다.

고민시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지난 7일 SNS에 촛불 모양의 이모티콘을 게시하고 서울 여의도에 운집한 100만 시민들과 뜻을 같이 했다. ‘오월의 청춘’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와 시리즈온 등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이도현(왼쪽)과 고민시가 주연한 '오월의 청춘'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이도현(왼쪽)과 고민시가 주연한 ‘오월의 청춘’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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