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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기자의 스포츠人] “복싱은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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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KBM 한국복싱커미션 심판위원(오른쪽)과 황현철 KBM 대표./ 사진제공=KBM

세계 정상은 누구나 기억한다. 세계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잊히기 쉽다. 그래서 애틋하다. 복서 이기준은 그야말로 세계 정상 일보 직전에서 분루를 삼켰다.

– 자기 소개 부탁한다.

“1980년대 주니어 페더급 세계 랭커 이기준(58)이다.”

– 언제 복싱을 시작했나.

“안양 관양중 3학년 때다. 인천체고, 상무에서 아마추어로 43승 7패를 기록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 복싱 팬들은 1990년 8월 18일 이천 군민체육관에서 폴 뱅키(미국)와 맞붙었던 WBC 수퍼밴텀급 타이틀전을 잊지 못한다.

“감사하다. 지금 생각해도 아까운 승부다. 저는 동급 랭킹 10위였고, 첫 세계 도전이었다. 10라운드까지 챔피언을 압도했는데,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KO로 졌다.”

– 도전 당시 전적은.

“14승(10KO) 1무였다. 폴 뱅키는 19승(10KO)4패로, 4월에 다니엘 사라고사를 8회 KO로 이기고 챔피언이 된 뒤 저와의 경기가 1차 방어전이었다. 다니엘 사라고사는 이승훈, 박찬영 선배님과 세계 타이틀전을 치러 한국에서도 유명한 복서였다.”

– 경기 초반 양상은.

“국내에서는 저를 차세대 세계 챔피언이라고 했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제가 경기 초반부터 클린히트를 연속 터뜨렸다. 특히 제 주특기인 레프트훅이 잘 먹혀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폴 뱅키도 맞받아치는 스타일이라 원없이 때리고 맞았다. 폴 뱅키는 아마추어 월드컵에서 문성길 선배에게 RSC로 진 적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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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의 이기준./ 사진제공= 이기준

– 그런데 중간에 감점을 당했다.

“8라운드 버팅으로 인해 1점 감점됐다. 멕시코의 호세 가르시아 심판이었는데, 폴 뱅키도 멕시코계였다. 그 순간이 그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 왜 그랬나.

“복서가 죽을 힘을 다해 우세한 라운드를 만들면 1점을 얻는다. 그런데 그 1점이 날라갔다고 생가하니 갑자기 힘이 빠지고 집중력을 잃었다. 그 라운드에서 처음으로 백스텝을 밟았다.”

– 그래도 10라운드까지의 채점은 우세했다.

“97-94, 95-93, 95-95로 2:0 우세였다.”

– 어떻게 알았나.

“심판 옆에서 우리 관계자가 스코어카드를 보고 ‘정보 전달’을 해줬다. 진행 상황을 알면 작전 세우기에 유리하니까. 지금은 룰이 바뀌어서, WBC 같은 경우는 경기 중간에 그때까지의 채점을 공개 발표한다.”

– 11라운드 불의의 다운을 당했지만 큰 충격은 없어 보였다.

“소위 말하는 빤짝이였다. 라운드 막판이었고 데미지는 없었지만, 채점이 105-104, 103-103, 103-105로 바뀌었다. 12라운드 승자가 왕관을 가져가는 초접전 상황이 펼쳐졌다.”

– 마지막 라운드에서 처절하게 패했다.

“폴 뱅키를 향해 최후의 힘을 다해 돌진했다. 카운터에 걸려 쓰러지고 일어났는데, 챔피언의 공세에 다시 무너졌다. 12라운드 1분 55초 KO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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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8.18. 이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폴 뱅키(오른쪽)와 도전자 이기준의 WBC 수퍼 밴텀급 타일틀매치. 당시 신문에 보도되었던 사진이다./ 사진제공=이기준

– ‘거의 다’ 이긴 경기였고, 10라운드 종료 공이 울릴 때까지만 해도 누구나 이기준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경기 후 챔피언이 제 코너를 찾아 진심으로 위로하며 격려했다. ‘오늘 경기의 진정한 승자는 당신이다’라는 말도 했다. 경기 후 팬들이 격려전화가 쇄도했다. 1,000통도 넘었다.”

– 그 뒤의 행보는.

“세계 타이틀 재도전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1987년 3월 프로 데뷔, 1991년 12월 은퇴까지 4년 9개월 동안 15승(10KO) 1무 2패의 전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 강인한 느낌을 풍기는 타입이 아닌데도, 호리호리한 이기준의 날렵한 펀치에 상대 선수들은 낙엽처럼 쓰러지곤 했다.

“묵직하지는 않지만, 제 주먹이 빨랐다. 빠르고 정확하면 묵직함을 보완할 수 있다.”

– 유일한 무승부는 ‘불도저 박’ 박윤섭과의 라이벌전이었다.

“5전 5승 5KO승의 박윤섭은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의 하드 펀처였다. 그 경기는 세계 타이틀 도전권이 걸린 중요한 승부였다. 서로 다운을 주고 받은 명승부였다.”

– 먼저 다운시켰나.

“제 펀치에 박윤섭 선수가 아마 프로 통틀어 생애 첫 다운을 당했다. KO로 끝날 수도 있었으나 끝까지 버티더라. 7라운드에서는 박윤섭의 라이트에 제 마우스피스가 튕겨 나가며 로프다운을 당했다. 판정은 두 심판이 동점, 한 분이 1점 차 제 우세였다.”

– 이 경기는 양 선수가 10라운드 내내 치열하게 주먹을 교환한 80년대 최고의 난타전 명품 승부 가운데 하나다.

“감기 몸살로 10여 일간 훈련을 중단하고, 전날 8kg을 빼고 출전했다. 세계 도전권이 걸린 경기라 연기할 수 없었다. 경기 중 오른손 부상을 당해 중간에 경기 포기도 생각했던 잊을 수 없는 경기다.”

– 다른 선수와의 라이벌전 기획은 없었나.

“당시 OPBF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최재원 선수와 꼭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최재원 선수는 ‘한국의 레너드’라 불렸던 화려한 테크니션이었다.”

– 그 당시 주니어 페더급엔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다.

“이승훈, 박찬영, 허준 등 쟁쟁한 전 세계 챔피언, 세계 랭커가 많았다.”

– 지금 하는 일은.

“복싱 관련, 2018년부터 KBM(한국복싱 커미션) 심판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 아쉬움은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후회 없이 싸웠고 저보다 실력있는 선수에게 진 것이다. 복싱은 정직하다. 그래서 후회없다.”

▲ 이기준은 경기도 안양 출생으로, 안양 관양중 3학년 때 복싱을 시작했다. 인천체고, 상무에서 아마추어로 뛰며 43승 7패를 기록했고, 1986년 12월 88서울 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 패한 후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에서는 5년 동안 15승(10KO) 1무 2패의 전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1990년 8월 18일 이천 군민체육관에서 열린 WBC 수퍼밴텀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폴 뱅키(미국)에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 KO패한 경기로 복싱팬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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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심판(왼쪽)의 최근 활동 모습.사진제공=K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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