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 중 하나로
‘임기단축 개헌’ 눈길…野는 “선택지 아냐”
韓 ‘책임총리제’ 꺼냈지만 野 ‘위헌 주장’에
가로막혀…민주당 동의없어 개헌 어려울 듯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이 결정되면서 정치권에서 권력구조를 바꾸자는 개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령 사태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드러난만큼 권력구조 개편으로 이 같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이유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라 실제 권력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무선 100%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대통령제 개선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51%가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으므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을 한다면 어떤 방향성이 더 좋을지’를 묻자 46%는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를 선택했고, 18%는 의원내각제, 14%는 대통령이 외교·국방을 맡고 총리가 내정을 관할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같은 여론조사가 현 정치 상황에 의미를 갖는 이유는 실제로 개헌 논의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개헌 카드를 꺼낸 건 국민의힘 소장파들이다. 국민의힘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성명서를 내서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이 꺼내든 ‘임기단축 개헌’은 5년 단임인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으로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을 위해 가장 강력하게 고려되고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임기단축 개헌에 친윤계를 포함한 주류·중진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단축 개헌을 실시해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조기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시나리오다.
여당 내에선 그나마 임기단축 개헌 논의가 윤 대통령 조기 퇴진 시나리오에 가장 어울리는 방안이라고 보는 시각이 나온다. 아울러 임기단축 개헌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과 당이 질서 있는 퇴진을 선택한 상황에서 임기단축 개헌은 그나마 민주당과 우리 지지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지”라면서도 “임기단축 동안의 권력구조를 어떻게 할지를 민주당과 합의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당 등 야권의 반발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기단축 개헌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과 자진사퇴 외엔 선택(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 대표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발표한 담화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이 아직 유고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가 국정을 담당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야권이 이 같은 반응을 쏟아내면서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이원집정부제를 위한 개헌론은 고사하고 거국중립내각으로의 전환 논의조차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여야가 각각 추천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에 대해선 민주당 등 야당이 한 총리가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어 시도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계엄 사태의 책임이 한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연립 세력이 행정부 구성권을 가지면서 책임정치를 하는 정치 제도인 의원내각제로의 전환 여부도 불확실하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자신의 대통령 선출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친명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어서다.
평상시에는 대통령이 의전적·상징적 국가원수로 존재하고 내각 총리가 행정권을 행사하지만,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장악하여 행정수반 역할을 하는 정치제도인 이원집정부제로의 전환이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여당 내에서도 개헌에 대한 논의가 거의 되지 않고 있는데 민주당이 개헌 요구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유지되면 또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누가 알겠느냐. 지금이라도 진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치 제도를 바꿔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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