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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침을 읽다] 뼈아픈 후회-황지우

인천일보 조회수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이 없는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사회를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신이 정의되기를 원하는 사회고 심지어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라고도 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문제에서 찾지 않고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 구조로 보고 있다. 그래서 “슬프다” “완전히 망가지면서/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삶, 근대 이래로 우리는 생존에 필요한 소유를 넘어 잉여를 탐하게 됨으로써 너도, 나도 구분도 없이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가 되어 가는 사회. 결국 “나에게 왔던 사람들” 내가 다가갔던 사람들조차도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모두 떠”나 가는 지경에 이른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슬프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서 결국 남은 것은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과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와 말라서 죽어가는 짐승의 귀에서 서걱거리는 모래뿐이다. “슬프다” 머지않아 혹독한 겨울 추위는 우리들의 언 가슴을 더욱 옥죌 것이고 웅크린 어깨는 쉬 펴지지 않을 것이다.

▲ 주병율 시인
▲ 주병율 시인

/주병율 시인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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