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담화 직후 의총…’탄핵안 부결’ 기류
조경태 “조기 퇴진이라면 1년은 너무 길어
퇴진 로드맵이 즉각적으로 나오는 게 중요”
부결 동시에 ‘하야 시점’ 제시 필요성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권한을 당정에 일임하면서 자신의 임기 문제까지도 내려놓았다. 이에 따라 즉각 탄핵이라는 ‘하드 랜딩’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소프트 랜딩’으로 여권의 기류가 모이고 있다. 탄핵소추안은 부결하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확정판결 시점을 고려해, 내년 중순 윤 대통령이 확실히 자진 하야한다는 로드맵을 국민들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국회에 모여 의원총회를 열고,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탄핵소추안 관련 입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 등 전날 탄핵 찬성을 시사했던 의원들이 ‘질서 있는 퇴진’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기류가 ‘탄핵안 부결’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조경태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 찬반 입장과 관련해 “일단 한동훈 대표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탄핵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어떤 변화를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반대를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라고 이야기하려면 1년은 너무 길다”며 “핵심적으로 보는 것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다. 즉각적인 (퇴진) 로드맵이 나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함께 공개적으로 탄핵소추안 찬성을 공언했던 의원이다. 6선 중진이자 친한(친한동훈)계 좌장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조 의원이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당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내 기류가 사실상 부결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키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21세기 대명천지에 계엄령이 발동되고, 군인들이 헌법기관인 국회에 침입해 그 기능을 정지시키려 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들을 무단 체포·구금하려 시도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리당략과 정치적 손익 계산에 골몰해 탄핵을 부결시킨 것으로 비쳐지면 거대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한동훈 대표가 이날 의총에서 “우리 당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탄핵에) 반대한다는 논리는 (국민들께) 설득력도 없고 맞지도 않다”며 “여당이 책임감 있는 논리와 역할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동훈 “우리 당 어려워지니 탄핵 반대?
국민들께 설득력 전혀 없고 맞지 않아”
반 년 정도 이재명 선거법 사건 결과만
지켜본 뒤, 유무죄 무관 尹 하야에 무게
이와 관련 탄핵안을 부결하되 이것이 ‘질서 있는 퇴진’으로 보이려면, 부결과 동시에 윤 대통령의 하야 시점이 정확히 언제쯤인지 국민들께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핵심적인 고려 대상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확정판결 시점이다.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헌정의 조속한 정상화가 목적이지, 특정인을 대통령 시켜주자는 게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그 특정인이 1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는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이라면 더욱 그러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은 ‘6-3-3 원칙’이 적용된다.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내에 판결해야 한다. 이를 고려해 윤 대통령의 자진 하야 시점을 내년 중순 무렵으로 제시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 대표 사건의 판결 추이를 국민과 함께 지켜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 대표의 유무죄에 관계없이 확정판결이 나는대로 윤 대통령은 즉각 퇴진해야 할 것이다. 이 대표 본인의 주장대로 이 대표의 최종 무죄가 확정된다면, 이 대표는 직후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전망이다.
앞서 김재섭 의원 등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이 임기단축과 함께 개헌을 해서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자는 제안을 꺼냈지만, 2026년은 내후년이라 국민의 인내심과 ‘과도내각’의 관리력의 한계를 고려할 때 너무 먼 시점이라는 관측이다.
조경태 의원 또한 “조기 퇴진이라고 말하려면 1년은 너무 길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국민의 눈높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길어도 내년 중순까지는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과도내각’도 그 때까지를 기한으로 국정을 관리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도 선거법 무죄를 확신한다면 몇 개월 정도 더 참고 기다려서 깨끗하게 무죄 판결을 받고 윤 대통령의 조기 하야로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하는 게 마음이 상쾌할 것”이라며 “피선거권 박탈 여부가 결정날 사법 사건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무조건 즉각 퇴진만 부르짖는 것은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尹 실질 통치권 행사는 국민이 인내 못해
‘과도내각’에 의한 국정관리 불가피할 듯
한동훈~한덕수, 총리공관에서 긴급 회동
“민생·대외상황 악화되는 일은 막겠다”
그렇다고 이를 기다리는 기간 중에 윤 대통령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도 국민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런 것까지 공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통치를 얼마나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과도내각’이 활동하는 기간 중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정 각부, 집권여당과 국정 상황을 관리하면서 민생경제와 대외 신인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며 “내가 총리와 민생 상황 등을 긴밀히 논의해서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할 때까지) 민생이 고통받거나 대외 상황이 악화되는 일을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직후 한 대표는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찾아가 한덕수 총리와 회동했다. 윤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과도내각’에 의한 관리국면 돌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질서 있는 퇴진’은 최종 무죄만 확정된다면 이 대표에게도 유리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국회에서 열린 내외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즉각 사퇴 아니면 탄핵에 의한 조기 퇴진 외에는 길이 없다”며 “탄핵당할 때까지, 책임을 물을 때까지 (탄핵을) 무한반복을 해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이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부결) 결정을 한다면 국민 전체의 뜻을 모아 탄핵을 다시 재추진하겠다”며 “정기국회가 10일 종료되는데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되니, 즉각 재추진해 문을 두드리겠다”고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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