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인류학자이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자신의 저서 ‘가짜노동’에서 성과와 상관없는 일, 보여주기 식의 일 등 단지 바빠 보이기 위한 일들을 가짜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이러한 가짜노동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이런 조언은 한국 독자의 뇌리에 박히며 ‘가짜노동’을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도록 만들었다. 그럼 실제 직장인들은 가짜노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샐러던트리포트가 지난달 24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가짜노동 vs 진짜 노동 관련 인식 조사’를 살펴봤다. 해당 조사는 전국 만 16~69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됐다.
우선 응답자의 2.5%만이 ‘가짜 노동’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다만, 해당 용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실제 회사 생활 중에서 가짜노동을 체감하는 경우는 많았다. 가짜노동을 매우 와닿는 사례(27.9%)로 느끼거나, 어느 정도 체감하는 편(43.8%)이라는 응답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연령층일수록 타 연령대에 비해 가짜노동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솔직히 들키지만 않는다면 가짜노동을 하고 싶다’는 답변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48.5% 30대 48.0% 40대 35.0%, 50대 29.0% 60대 19.0% 순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잘 모른다면 가짜노동을 해도 괜찮다’는 질문에도 역시 비슷한 답변율을 보였다.
응답자의 절반은 실제 직장생활에서 ‘가짜노동과 진짜노동을 구분하기는 어렵다(47.8%)’고 답했다. 이들은 특히 ‘관리’에 가까운 업무를 ‘가짜노동’이라 인식했다. 예를 들어, ‘실무를 하지 않고 의사 결정권자에게 보고만 하는 업무(34.7%)’, ‘실무 없이 하루 종일 보고만 받는 업무(22.8%)’, ‘실제 보고서를 쓰지 않으면서 검수나 컨펌만 하는 업무(21.1%)’ 등을 ‘가짜노동’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비슷하게 ‘진짜노동’의 기준 역시 불분명한 모습을 보였다. 응답자의 과반수는 ‘노는 것처럼 보여도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면 진짜노동(54.5%)’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들은 직장생활에서 뚜렷한 ‘일의 의미’를 찾고자 했는데, 응답자 10명 중 8명이 ‘기왕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면 좀 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80.2%)’로 답했다. 또 ‘안정적인 급여가 나온다고 해도 주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52.3%)’는 답변도 절반이 넘었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이 성과나 결과뿐 아니라, 개인의 만족과 성장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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