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군 병력을 지휘한 건 계엄사령관이 아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곽종근 윤군특수전사령관은 6일 출동 지시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계엄 포고문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당시 계엄사령관)에 전달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국회 병력 투입 지시를 내린 사람도 김 전 장관이었다.
군 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30분쯤 경기 과천에 있는 선관위에 10여명의 군 선발대가 투입됐다. 이들은 선관위 야간 당직자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군 병력은 4일 오전 12시30분에 추가 투입됐고, 선관위 과천청사 내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로 진입했다. 이곳은 선거관리와 관련한 데이터를 보관하는 곳이다. 이들은 선관위 과천청사에 총 3시간 20여분간 머물며 작전을 수행했다고 한다.
최초 투입 지시는 김 전 장관이 내렸다. 그는 충암고 후배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한 언론에 선관위 병력 투입을 지시했고 4·10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뜻이었다고도 했다.
군 병력은 선관위 과천청사 외에 서울 관악청사와 경기 수원 선거연구원에도 투입됐다. 계엄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계엄 업무를 집행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해야했던 박 총장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선관위에 병력이 투입된 줄도 몰랐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일 곽 사령관에게 “북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 대기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계엄 선포 후에는 김 전 장관이 국회에 투입 명령을 내렸다. 곽 사령관은 이날 김병주·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수전사령부를 방문해 만든 생방송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김 전 장관으로부터 별도 임무를 전화로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이 곽 사령관에게 내린 임무는 국회 시설을 확보해 인원을 통제하라는 것 등이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고 지시가 바뀌었다고 한다. 곽 사령관은 “제가 판단했을 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은 국회 병력 투입 과정에서 김 장관에게 10여차례 전화해 상황을 보고했다고 한다. 곽 사령관은 “항명인 줄 알았지만, 위법하다고 생각해 추후에 ‘들어가지 마라’고 병력들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당시 병력들은 국회 본회장으로 들어가다 멈춰 섰다.
곽 사령관은 병력이 국회로 이동하는 과정에 윤 대통령이 전화해 병력의 이동 상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거나 전화를 받았느냐”는 김 의원 질문에 “707(특임단)이 이동할 때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고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곽 사령관은 “작전 중간, 국회 도착하기 전 쯤인데 정확히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은 김 전 장관이 박 총장에게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이 직접 작성했는지는 불투명하지만 박 총장은 “장관으로부터 포고령을 받아 시행 시간만 손봐서 그대로 발표했다”고 했다. 박 총장은 법률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김 전 장관은 “법률 검토가 끝났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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