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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렁크’ 공유의 울퉁불퉁 모나 있지만 끌리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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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의 배우 공유.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의 배우 공유.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공유에게선 향긋한 커피 냄새가 풍겨올 것만 같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 ‘김종욱 찾기’의 기준, ‘도깨비’의 김신, ‘부산행’의 석우처럼 젠틀하면서 따스한 이미지, 또 다른 한켠에선 조금 능글거리는 느낌까지.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엔 뾰족하고 날카롭게 사회적인 무언가를 관통하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아픔을 풀어낸 영화 ’82년생 김지영’, 삶과 죽음에 대해 복제인간이라는 카테고리를 끌어와 들여다보는 영화 ‘서복’ 등이 그렇다.

최근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연출 김규태)도 대중이 생각하는 공유와는 상반된,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2015년 출간된 김려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렁크’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의 직원 노인지(서현진)가 한정원(공유)과 1년간의 계약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29일 공개된 이후 ‘트렁크’는 시청자들의 극명한 호불호가 엇갈리는 갈림길에 섰다. 한편에서는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과 기존의 드라마 작법과는 다른 연출이 흥미롭다는 평가를, 다른 한편에서는 ‘기간제 결혼’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진입장벽과 캐릭터들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라서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다. 

공유는 ‘”내 필모그래피가 어떻게 쌓였으면 좋겠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것들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며 “그때그때 반응은 좋지 않더라도, 이후에 기억될 작품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름의 개인적인 어떤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트렁크’ 역시 어딘가 울퉁불퉁하고 모나있고 날카로운 구석이 있어 누구든 좋아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공유의 작품 목록에 안착할 듯하다.

● ‘트렁크’의 호불호, 공유가 출연한 이유는?

‘트렁크’는 공개 전부터 서현진과 공유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드라마 ‘그대가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우리들의 블루스’로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세밀하게 담아온 김규태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높았다. 

“대본을 받아들고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공유는 “각각의 인물이나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다양한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는 것이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유가 ‘트렁크’ 시나리오에 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에서 한정원 역을 연기한 공유.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에서 한정원 역을 연기한 공유. 사진제공=넷플릭스

공유가 연기한 한정원이란 인물은 상처가 깊다 못해, 진물이 날 정도다. 긁히고 찢어진 상처를 치료하고 꿰매기보다는, 쓰린 것을 알면서도 다시 그 위에 다른 상처를 덧댄다. 한정원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학대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고, 소꿉친구인 이서연(정윤하)와 결혼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이혼한 이서연에 의해 노인지와 NM과 계약결혼을 하면서, 늘 목줄이 묶인 강아지처럼 자신의 선택을 주체적으로 하지 못한다. 

“극 중 캐릭터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고, 이 작품을 선택해서 가고자 하는 의도나 방향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한정원은 너무 어릴 때, 상식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었죠. 온전한 사랑이 뭔지 모른 채로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마도 노인지로부터 처음으로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 아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끌려다니는 한정원은 언뜻 보기에 통상적으로 말하는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공유는 “본질적으로 한정원이 가진 아픔이 뭘까’를 생각했다. 한정원이 굉장히 극단적이지만, 사실 현실에는 더 극단적인 일도 많이 일어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인물을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해석하지는 않았다며,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밑바닥에 있는 감정들이 있지만 한정원 캐릭터를 연기하며 꺼내는 과정이 있었다. 이 사람이 왜 헤매고 말라비틀어져 있는지 궁금해서 나름대로 탐구하다가 심연의 무언가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런 감정을 꺼내는 과정이 불편하고 힘들 때도 많죠. 내가 정원이에게 묻고, 정원이가 저한테 묻는 과정을 통해서 한 인간으로서 가진 부분들이 덧대어지고 섞이는 것 같아요. 그게 상처가 되어서 남기도 하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 가끔 몰랐던 부분이 발견되는 부분도 더러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배우의 숙명 같아요.”

● 한정원이 노인지에게 “동질감”을 느낀 이유 

서현진이 연기한 노인지는 결혼 서비스를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한정원은 무려 다섯 번째 남편이다. 결혼할 뻔한 남자친구가 사회적 죽음을 당하는 사건으로 인해 사라지자, 그를 기다리기도 한다. 처음, 한정원은 노인지가 별로 마땅치 않고 그저 계약 기간 1년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그러다 한정원은 일상을 공유하면서 트라우마를 노인지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그가 하는 말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한정원이 노인지에게 끌린 이유에 대해 공유는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며 “이성을 떠나서도 사람 관계에 있어 대화를 섞어보면 호기심이 드는 관계가 있지 않나. 한정원은 (노인지에게)그런 지점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사람은)자기방어가 강한 인물들이다. 노인지는 계속해서 한정원을 찌른다. 그렇기에 그도 지지 않으려고 센 척을 한다. 하지만 늘 깨갱한다(웃음)”고 말했다. 

“(서)현진씨는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죠.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지독할 정도로 치밀했어요. 한 장면도 허투루 하지 않았죠. 주어진 상황을 연기할 때, 인지가 바라보는 정원과 정원이 바라보는 인지에 대해 가볍게 툭툭 이야기를 나눴어요. 생각의 결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특정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현진 씨가 인지여서 영감 아닌 영감을 받았어요. 엄청 오글거리는 것을 싫어하더라고요.(웃음) 둘 다 20대, 30대가 아니다보니, ‘나이 먹고 하려니까 힘들지 않냐’, ‘나보고 되게 뻔뻔했다고’ 말한 기억이 있어요.”

공유는
공유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지점이나 충돌하는 지점들을 보여주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재밌다”며 ‘트렁크’ 안에서 묘사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공유가 말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지만, ‘트렁크’는 아름답고 반짝이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서늘하고 서걱거리는 느낌이다. 자신의 손아귀 아래 통제하려고 상대가 파멸에 이르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공유는 “‘트렁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보여줘 재밌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오죠. 어쩌면 밝거나, 판타지적이거나, 대리만족을 하거나, 현실에 없는 캐릭터들로 기쁨을 주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살아오다보니,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늘 행복한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연인과 관계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나 충돌하는 지점도 있는데, 그걸 보여주는 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재밌는 것 같아요.”

공유의 얼굴은 멜로라는 장르 안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꼭 멜로라는 카테고리가 아니더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한다. 공유는 “멜로라는 장르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사회적이든 아니든 왜 이런지에 대해 호기심도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좋아한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러하다. 정원이가 ‘트렁크’ 안에서 ‘난 항상 뺄셈부터 생각해요’라는 대사를 하듯, 나도 늘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하기 때문에 과한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사실 저라는 사람은 되게 하찮아요(웃음). 하지만 지금까지 일하면서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공지철(본명)과 공유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려는 거예요. (제가 맡은)캐릭터 때문에 어떤 이미지나 판타지를 가지는 분들도 있죠. 있는 그대로의 저를 계속해서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다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은 잘 안 바뀌니까 이제는 괜찮은 것 같아요.”

자신이 맡은 배역과 캐릭터로 인해
자신이 맡은 배역과 캐릭터로 인해 “어떤 이미지나 판타지”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는 공유는 “공지철과 공유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고 언급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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