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주필이 계엄령을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계엄령 괴담’이라고 발언했던 걸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5일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칼럼에서 “지난 여름 민주당 의원들이 ‘계엄령 선포’ 주장했을 때 ‘괴담’이라고 비판했는데 괴담이 아닌 것으로 됐다”며 “그 의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4일 조선일보는 「[사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펴고 있다”며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괴담을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지금 세상에서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하면 군에서 이에 따를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거의 동시에 정부가 무너질 것이다. 그런 자해 행위를 할 정부가 어디에 있겠나”라며 “만에 하나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한다 해도 헌법상 국회가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계엄은 즉시 해제된다.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왜 선포하겠나. 계엄령 해제를 막으려 야당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의원 체포엔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동의해 줄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지난 3일 밤 10시30분 경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양상훈 주필이 칼럼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과한 것.
윤 대통령이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양상훈 주필은 “윤 대통령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얘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며 “윤 대통령은 결국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한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자폭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양 주필은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새 대통령 집무실로 정했다고 발표했을 때 ‘이건 뭐지’ 하고 어리둥절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다른 선택지들이 있는데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라는 거대 조직을 연쇄 이동시키는 무리를 꼭 해야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이 때 무언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행했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처신 △취임 직후부터 여당 내부와 싸우는 일 △유죄받은 구청장을 즉시 사면해 그 구청장 자리에 다시 출마하게 한 일 △ 가수 문제로 김 여사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국가안보실장을 경질한 일 △한동훈 대표 사퇴를 요구한 일 △기자에게 테러 위협한 수석비서관을 즉시 해임하지 않고 버틴 일 등을 언급하며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세상이 어떻고 국민의 정서가 어떤지를 모른 채 혼자만의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문을 보면 마치 1970년대를 사는 사람인 듯하다”며 “우리 사회에 반국가 세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지금 야당의 행태가 도를 크게 넘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계엄을 선포할 정도는 아니며 이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 역시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다음 처신 역시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내용일 듯한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윤 대통령의 다음 결정도 이번의 한밤중 계엄 발표처럼 느닷없이 국민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며 “필자는 윤 대통령 총선 참패 후에 ‘안전벨트를 매십시오’라는 글을 썼는데 정말 그래야 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했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저 믿으시죠?” 거역하면 처단합니다」 칼럼에서 “난 간밤에 무방비 상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장면을 라이브로 지켜보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며 “백번 양보해 ‘민주당이 판사를 겁박하고, 장관 탄핵 시도로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예산 폭거로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한다’는 윤 대통령의 계엄 취지에 동의한다 치자. 아무리 그래도 세계 10대 경제 강국 선진국 반열에 오른 21세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야당의 ‘입법 독재’를 친위 쿠데타를 통한 ‘계엄 독재’로 막겠다는 대통령의 폭주가 몽상에 그치지 않고 비록 짧게나마 버젓이 실행됐다는 게 공포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통 방송 부스에 앉아 상인들에게 ‘열심히 하겠다. 여러분들, 저 믿으시죠?’라고 마이크 잡은 바로 다음 날 안면 몰수하고 국가 위신을 시궁창에 처박고 국민 기본권을 유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 대통령이라니. 이런 불안정한 인물이라면 다른 비상식적 행보도 얼마든지 가능하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말한 담화문 내용을 지적했다. 안혜리 논설위원은 “더욱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거나 ‘범죄자 집단의 소굴’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등의 표현은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는 과격한 언사로 조회 수 장사하는 극단적 유튜버라면 또 모를까,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할 때 써야 하는 정제된 발언이라기엔 너무 거칠고 감정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채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계엄 결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려진 계엄 포고령 내용 중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표현을 비판했다. 안 논설위원은 “뭐, 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제5항 마지막 구절,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표현은 그냥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이고 실제 작성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젯밤 상황을 복기해볼 때 포고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거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며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됐다’고 국회도 악마화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국민이 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피땀 흘려 이뤄온 빛나는 성과를 하룻밤 새 무너뜨린 괴물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 아니었을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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