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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후폭풍]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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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붓아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4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붓아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4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불러온 파장이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몰아치고 있다. 금융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 가해진 단기 충격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비상계엄 해제에도 코스피·코스닥 내림세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이 4,092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내림세를 이끌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해 장중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도 전장 대비 13.21포인트(1.91%) 하락한 677.59로 출발해 내림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양대 증시는 전날 밤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날 오후 10시 28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충격을 안겼다.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는 것으로,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비상계엄은 국회의 저지로 선포 2시간 반 만에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4일 오전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된 바 있다. 이후 오전 4시 30분쯤 국무회의를 거쳐 비상계엄은 공식 해제됐다.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정국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주요 시민사회도 퇴진을 촉구하며 들고 일어났다. 

비상계엄 사태는 국정혼란을 넘어, 외교, 경제 분야에 충격파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전망된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발령된 비상계엄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35원까지 치솟는 등 요동을 쳤다. 코스피200 야간선물 옵션지수는 5% 이상 급락하다가 비상계엄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줄여 1.8% 약세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증시 혼란을 고려해 개장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이날 오전 7시 30분을 기해 정상 운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예상대로 증시 및 외환시장은 요동을 쳤지만 지난 새벽 상황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데다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한 긴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혼란을 일부 잠재운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7시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정부 합동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 김병환 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이 참석했다.

◇ 당국 시장 안정화 조치에 변동폭 완화… 불확실성 우려 당분간 지속

이날 회의에서 김병환 위원장은 “현재 외환시장 및 해외한국주식물 시장은 점차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 금융유관기관, 금융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뉴시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뉴시스

우선 당국은 채권시장·자금시장에 대해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사의 외환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전 중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이날부터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시적으로 RP매매 대상증권과 대상기관은 확대된다. 또한 한은은 한국은행법 제64조 및 제80조에 의거해 대출이 필요할 경우 금통위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더불어 외화 RP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 급변동시 다양한 안정화 조치도 적극 시행된다. 이 외에 원활한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기관의 순이체한도 확대 및 담보 설정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02.9원)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의 강한 개입과 일부 불확실성 해소로 상승폭을 최소화한 모습이다.

◇ 국가신용도 타격… 원화 가치 하락·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다만 당분간 정치 리스크에 따른 시장 내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수 시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화 가치 추가하락과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이번 계엄령 사태로 인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인도 하락이 원화 가치와 경기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 및 국내 자금의 동반 이탈 현상이 달러·원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의 상단이 단기적으로 1,45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11월 금통위 이후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급락하며 차익실현 요구가 큰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은 외국인들의 현선물 포지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국채선물 시장을 중심으로 순매도세가 가속화될 공산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코스피 등 주요 증시도 역시 단기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리포트를 통해 “향후 코스피는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은 무디스 기준으로 상위 세번째인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해당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주식을 보는 해외투자자의 시각이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약세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 안정화 조치가 명확히 나온다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 열풍으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 약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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