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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HBM 수익성 ‘악화일로’… “메모리 가격 협상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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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에 회사기가 펄럭이고 있다./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에 회사기가 펄럭이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한동안 인공지능(AI) 반도체 광풍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고성능 D램으로 수익성을 한껏 끌어올렸던 SK하이닉스마저 중장기적으로는 이익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로 개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 등 소수의 수요자에 의존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3사의 공급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가격 경쟁으로 인한 단가 인하는 필연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성숙 공정(레거시)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침투가 본격화하면서 내년 시장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수의 D램, 낸드플래시 기업들이 공급 조절과 감산 등을 통해 시장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오던 범용 메모리 시대가 저물어 가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지위와 협상력이 격하됐다는 설명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에 탑재될 HBM 제품군을 비롯해 기존 GPU에 탑재되는 HBM 공급 가격 단가를 대폭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HBM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40~50% 수준의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도 가격 협상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엔비디아 등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HBM 공급사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벤더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당연히 단가 인하 압박도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주요 메모리 기업이 감산 등을 통한 공급량 조절로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던 시대도 이제 끝이 났다. 이전과 같은 지위는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 엔비디아 HBM 공급망 다변화 추진… “단가 인하 압박 거세질 것”

엔비디아의 이 같은 행보는 블랙웰을 기점으로 GPU 설계와 생산단가가 크게 올라가면서 총이익률 보전을 위해 높아진 투자 비용을 협력사에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첨단 HBM 제품인 HBM3E(5세대 HBM) 공급사가 기존 SK하이닉스 독점 구조에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의 가세로 ‘멀티 벤더’ 구조가 가능해지면서 3사간 가격 경쟁을 붙일 수 있게 됐다. 메모리 기업들이 엔비디아, AMD 등 팹리스와의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HBM 공급망 다변화를 어느 때보다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각)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블룸버그TV와 만나 삼성전자 HBM 승인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승인이 지연되고 있던 삼성전자의 품질 테스트 현황에 대해 엔비디아 측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며, HBM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업계에서도 내년부터 메모리 3사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레 HBM 가격 프리미엄도 이전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도 분명히 가시화되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공급사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춰야 하고, 유연하게 수요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가격도 낮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 물량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즈음 삼성전자의 공급망 편입 여부도 가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뉴스1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뉴스1

◇ 범용 D램 中 저가 공세 본격화… 美 대중 제재 영향도 불가피

문제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을 지탱해 오던 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의 가격 하락세도 가팔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CXMT 등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모바일과 PC용 D램을 저가에 쏟아내면서 범용 D램의 가격이 당초 예상 대비 빠르게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범용 D램 가격의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봤지만, 4분기부터 이미 낮아지고 있는 조짐이 있다”며 “모바일과 PC를 중심으로 한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저가 공세 영향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고, 내년에도 이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 영업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을 중심으로 공급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판매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4분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시장 기대치보다 낮추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한 HBM 수출이 제한된 가운데, 범용 D램의 공급 과잉을 주도하고 있는 CXMT는 규제 대상에 포함조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중국에 대한 HBM 수출 비중이 크고, SK하이닉스도 주력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중국에 AI 가속기가 중국에 상당수 공급돼 타격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CXMT의 공급 물량도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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