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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7개월 만에 포털 언론제휴 문 연다

미디어오늘 조회수  

▲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사옥) 모습. ⓒ연합뉴스
▲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사옥) 모습. ⓒ연합뉴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중단 1년 7개월 만에 카카오가 포털 다음 뉴스제휴심사를 재개했다. 지역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우선 심사를 하면서 지역언론은 분주한 분위기다. 전면 ‘정량평가’ 방식을 도입했는데 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두고 있어 언론계 반발이 있다. 

입점심사 재개, 분주해진 지역언론

카카오는 지난 2일 우선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다음 언론사 제휴 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22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8기 제평위 운영위원들에게 제평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지 1년 7개월 만의 입점 심사다. IT 등 다른 전문분야 언론 심사는 단계별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청을 원하는 지역매체는 소속된 권역을 선택해 신청해야 한다. 입점 신청을 위해선 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에 소속돼야 한다. 이후 자체기사 비율이 30% 이상이고 신청지역을 소재로 한 전문기사 비율이 50% 이상을 충족하는지, 전문기사 중 자체기사 비중도 50% 이상인지 확인한다. 평가는 약 3개월간 진행된다. 신청 매체는 지난 1년 간 만든 ‘전체기사’ 목록을 제출해 평가를 받게 된다. 정량평가로 진행되는 만큼 해당 분야의 양질의 기사를 충분히 썼는지 살펴보는 취지다.

지역언론을 우선 심사하는 이유는 ‘지역성’ 구현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포털은 그동안 지역성 구현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정치권도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언론 입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다음은 특별 페이지를 마련해 30개 지역언론을 임시로 입점시켜 지역 총선뉴스를 제공했다. 지역언론사들이 다른 유형의 매체에 비해 규모가 큰 경우가 많고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가입사들이 많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언론에선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역신문 소속 A기자는 “총선 기간에 효능감을 확인했다. 당시 기사가 많이 노출돼서 조회수도 잘 나오고 홈페이지 유입도 있었다. 기자들에게 동력이 많이 됐다”고 했다. 실제 한 지역매체 기준 다음 인링크 조회수가 지난 3월 한달 간 300만 회가 넘었고, 4월에는 10일 간 100만 회가 넘었다. 

심사를 준비하는 언론사들은 분주하다. A기자는 “1년치 기사를 입력해야 하는데 실무적으로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일일이 전체 기사 중 자체 기사를 선별해야 한다. 준비를 해놓은 곳은 좀 수월할 것이고, 맨땅에 헤딩하는 언론사는 힘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전국적인 보도자료를 다 쓰는 지역언론사들이 있는데, 그곳이 합격하면 심사는 형식에 불과하다고 느낄 거 같다.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지역방송 소속 B기자는 “벼락치기 하는 건 안 될 거 같다. 평소 행실, 실력을 보겠다는 거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왜 이렇게 심사를 하는지 짐작은 가지만 준비하는 입장에선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제출해야 하니 부담이 있다”고 했다.

▲ 카카오의 뉴스제휴 심사기준. 한국기자협회 등 2개 단체 가입이 안 된 언론은 제휴 심사에서 통과할 수 없다.
▲ 카카오의 뉴스제휴 심사기준. 한국기자협회 등 2개 단체 가입이 안 된 언론은 제휴 심사에서 통과할 수 없다.

전문영역 기사만 송출, 왜?

제휴심사를 통과한 지역매체는 지역 기사만 다음에 노출할 수 있다. 향후 다른 전문분야 매체의 제휴를 받을 때도 해당 분야 기사만 송출하게 할 방침이다. 

이는 포털 입장에선 지역언론 입점의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박준규 헤럴드경제 기자의 석사학위논문 「지역신문 포털뉴스 지역성」에 따르면 네이버에 입점한 지역언론 3사의 2주(2022년 7월26일에서 8월8일까지) 간 기사 468건을 분석한 결과 비지역 기사가 76.9%에 달했다. 조회수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포털 뉴스유통 구조의 특성상 주목도가 높은 기사를 쓰게 되는 것이다.

지역언론에선 당장 큰 불만은 나오지는 않는 분위기다. A기자는 “저희도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있다. 이걸 지역기사로 볼 것이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당장 1년치 기사를 준비해야 하는 마당에 그럴 여유는 없다”고 했다. B기자는 “우리는 수험생 입장이고 다음은 출제자 입장”이라며 “아쉽지만 지금은 불만을 표출할 때가 아니다. 나중에도 지역 기사만 송고하라는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긴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2일 “이용자들이 카테고리별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보게끔 하려고 이번 입점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전문 기사만 공급하는 게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존에 총선 뉴스도 지역뉴스를 입점하게 하고 지역뉴스만 송고할 수 있게 했다. 그런 데서 착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2개 기자협회 가입만 인정… 반발 이어질 전망

심사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 10월 제휴심사 의견수렴 과정에서 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 가입사만 제휴를 받겠다는 규정을 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소매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랐다. 카카오는 정량평가로 전환한 상황에서 언론사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한 ‘진입장벽’으로 협회가입 조건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계에선 부적절한 기준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인터넷신문업계 관계자 C씨는 “매체가 난립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로 보이지만 두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매체들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협회 소속이 아니라고 해서 저널리즘의 질이 떨어지는 언론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일례로 지역언론 중에서도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뉴스민은 기자협회 회원사가 아니다. 

다른 인터넷신문 관계자 D씨는 “제평위가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가 문제가 되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량평가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정량평가로 하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넣은 것 아니냐”고 했다.

이는 카카오가 전부터 받은 지적이지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역언론 특집 페이지 운영 당시 지역언론 임시 입점을 하는 과정에서 기자 수 최소 10명, 기자협회 등 직능단체 가입 여부 등을 제출 받았다.

지난 1월31일 카카오 뉴스투명성위원회에서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역매체 중 규모가 작지만 괜찮은 언론이 있는데, 이들 매체도 지원할 수 있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종섭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도 “모집 기준을 정량화함에 있어서 지금 세운 기준들이 주관적이거나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임광욱 다음CIC 미디어사업실장은 “이번에 업계 처음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점 양해 부탁린다”며 “추후 진행시 해당 기준으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매체에 대한 구제 방안, 정성평가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 개편이 현실화되면서 네이버에 이목이 쏠린다. 네이버는 뉴스혁신포럼을 발족해 여러 전문가들이 ‘풀단’을 구성해 심사하는 방식의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지며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그간 양대 포털은 뉴스 서비스와 관련해 유사한 방식의 개편을 단행해왔다. 네이버는 개편안을 마련한 다음 공론화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포털 뉴스제휴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동으로 설립한 독립기구인 제평위가 전담해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은 제평위가 편향됐다며 압박했고 정부가 제평위 법정기구화를 추진한 가운데 지난해 5월 양대 포털은 제평위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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