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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다” VS “난해하다” 호불호의 시선..’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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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의 한정원 역의 공유(왼쪽)와 노인지 역 서현진. 사진제공=넷플릭스
‘트렁크’의 한정원 역의 공유(왼쪽)와 노인지 역 서현진. 사진제공=넷플릭스

​서현진과 공유가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가 지난 11월29일 공개되자마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양극단으로 엇갈리고 있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소재부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설정과 이야기 자체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호감과 불편함을 뚜렷하게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에 ‘결혼과 가족 제도’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렁크'(극본 박은영·연출 김규태)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 소속 직원인 노인지(서현진)가 다섯 번째 남편 한정원(공유)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독특한 설정 안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트렁크’는 공개 전부터 ▲’로맨스 장인’들로 불리는 배우 공유와 서현진의 만남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연출자 김규태 감독의 신작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김려령 작가의 원작 등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호불호의 시선이 크게 부딪치면서 작품을 둘러싼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 ‘기간제 결혼’, 신선함 VS 비현실적 

‘트렁크’는 김려령 작가의 원작 소설에서 중심이 되는 ‘기간제 결혼’이라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이야기를 전개한다. 다만 김규태 감독은 “이야기의 방식이나 방향성을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톤으로 각색해했”다고 설명한다. 

드라마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의 직원 노인지가 한정원과 1년간의 계약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들과 함께 등장하는 한정원의 전 부인 이서연(정윤하)과 NM의 또 다른 직원 윤지오(조이건) 커플도 마찬가지다. 

이에 시청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신선하고 인물들의 관계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좋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소재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해가 안 간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부딪친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기존 결혼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전제히며 “(이전까지와는)전혀 다른 맥락에서 결혼제도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한국사회의 전통적 가족 개념이 해체되어가는 상황이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지 함께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어 “호불호라는 것은 하나의 현상을 두고 논쟁적인 지점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트렁크’는 결혼제도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논의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트렁크'에서 NM의 계약 아래 1년 간의 계약 결혼을 하는 두 사람. 사진제공=넷플릭스
‘트렁크’에서 NM의 계약 아래 1년 간의 계약 결혼을 하는 두 사람. 사진제공=넷플릭스

#. 공감의 서사 VS 어둡고 난해하다

극 중 노인지와 한정원은 각자 과거의 아픔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노인지는 5년 전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정원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어머니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났고. 전 아내 이서연과 이혼하기도 했다.

‘트렁크’는 이 같은 설정을 바탕으로 동성애, 가정폭력, 임신 등 소재를 아우른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서사의 방향성에 대해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두 남녀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마음이 따스해진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반면 또 다른 시청자들은 “너무 어둡고 난해하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보기)불편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맞선다. 서현진과 공유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이들도 “서사 방향성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 VS 공감 안 되는 캐릭터들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극 중 감정적으로 상처받고 쪼그라든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까지 줄인 서현진은 냉소적인 말투와 계약결혼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으로 이를 잘 묘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아내의 통제와 지배 아래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수동적이었던 한정원을 연기하는 공유도 서현진이 연기하는 노인지를 만나 변화해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다만 작품의 다소 극단적 설정으로 캐릭터가 현실과 맞닿지 않는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설정 아래 캐릭터들이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서로를 소유하려 집착하는 모습이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을 담아냈다는 긍정적인 반응 속에 너무 극단적이라 공감이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결핍을 지닌 인물들이 서로 엮이는 과정이 흥미롭다”는 의견과 함께 “너무 이상하고 과하게 집착하는 인물들이 많아 답답하다”는 반응이 대립하고 있다. 

‘트렁크’는 이야기 자체의 서사뿐 아니라 이미지의 충돌과 배경음악이 빚어내는 묘한 분위기로 새로운 드라마 작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천장 샹들리에라는 소품을 통해 한정원의 트라우마를 표현하거나, 기묘한 분위기의 
톡톡 튀는 사운드가 대표적이다.

이에 “신선한 연출”이라는 의견과 “이야기 전개 속도가 너무 느리고 후반부로 가면서 늘어진다” 의견이 교차한다.  

윤석진 교수는 ‘트렁크’는 “시청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다소 어렵과 낯설게 보일 수 있다. 전체적인 화면 구도 등 기존 드라마 문법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정사신, “필요했다” VS “불편하다” 

작품은 ‘19세이상시청가’ 등급이 말해주듯 노출과 정사신을 그렸다.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인물들의 감정 연결을 둘러싸고 전혀 다른 의견을 드러낸다.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은 인물들이 서로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에 담겨야 할 감정의 흐름을 위해 다소 극적인 연출도 필요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공인 노인지와 한정원의 짧은 정사신 이후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노인지의 이별 선언 장면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시청자들의 감정마저 무너져내리게 하는 느낌을 안긴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연출자 김규태 감독은 “드라마를 보는 어떤 관점이나 취향, 해석에 따라 (반응이)달라질 것“이라면서 ”다양한 반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트렁크’를 소개하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나. 그로 인한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심리를 그렸다. 시청자들의 질문과 다양한 해석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트렁크'의 캐릭터 노인지(서현진), 한정원(공유), 이서연(정윤하), 윤지오(조이건). 사진제공=넷플릭스
왼쪽부터 ‘트렁크’의 캐릭터 노인지(서현진), 한정원(공유), 이서연(정윤하), 윤지오(조이건).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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