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형들 얼굴을 못 볼 정도로 힘들었다.”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은 수비에 푹 빠져 있었다. 작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 좌측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로 어차피 방망이를 못 잡는 처지였다. 수비훈련만 계속 소화하다 마지막 턴에 티 배팅만 했다.
김도영은 2022년 입단 후 전문적으로 3루 수비를 배웠다. 고교 시절 3루수비를 안 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엄연히 고교 시절까지 유격수였다. 유격수와 3루수의 수비 스텝은 완전히 다르다. 3루 수비를 익혔다고 해도 유격수 스텝이 몸에 벤 상태라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전반기 내내 실책을 쏟아냈다. 방망이와 다리로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김도영의 가슴 한 켠은 불편했다. 지난달 26일 KBO리그 시상식서 MVP 트로피를 받자 “형들 얼굴을 못 볼 정도로 힘들었다”라고 했다.
그만큼 실책을 쏟아내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선배들에게 미안함이 점점 커졌다. 정작 이범호 감독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지만, 선수 본인의 마음이 불편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리그 최다 30실책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실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수비의 안정감이 점점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중요한 한국시리즈서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김도영의 수비에 합격점을 내리면서 프리미어12서 주전 3루수로 썼다. 프리미어12 역시 무실책이었다.
결국 연습의 힘이었다. 김도영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박기남 수비코치의 도움으로 핸들링 훈련을 꾸준히 소화해왔다. 그는 시상식 직후 “시즌 초반에는 진짜 형들 얼굴을 못 볼 정도로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초반의 목표는 ‘무난하게 하루만 지나가면 좋겠다’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그냥 무난하게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런 김도영이 레전드 유격수 출신, 류중일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수비를 잘 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김도영은 “너무 감사했고 뿌듯했다. 작년보다 훨씬 수비가 늘었다고 하셨다. 류중일 감독님이 작년부터 밀착으로 지도를 해줬다. 더더욱 감사하다”라고 했다.
김도영은 시즌 막판, 한국시리즈, 프리미어12서 빅게임, 국제용 공수겸장 3루수임을 입증했다. 2025시즌에는 풀타임으로 공수겸장 3루수가 되면 된다. 그러나 정작 그는 “수비상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정상적인 3루수만 되길 바란다. 3할, 30홈런을 하지 못해도 수비에서 에러가 줄어든다면 만족할 것 같다”라고 했다.
결국 야구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김도영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수비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실책을 20개 선에서 끊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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