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기자회견’ 이후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는 기사와 사설이 줄어들었으나 지지율 반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9개 전국 종합일간지(석간신문 제외)에서 윤 대통령 기자회견(11월7일) 다음날인 11월8일부터 28일까지 3주간 ‘김건희’로 검색되는 사설은 111건, 뉴스는 1939건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 직전 3주에 해당하는 10월18일부터 11월7일까지 9개 전국 종합일간지에서 ‘김건희’로 검색되는 사설은 160건, 뉴스는 2686건이었다. 기자회견 이후 주요 신문에서 김건희 여사가 언급되는 사설이 약 31%, 기사는 약 28%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3주가 지난 현재 지지율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갤럽에 의하면 11월 첫째 주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7%였고 둘째 주와 셋째 주는 20%, 넷째 주는 19%였다. 김건희 여사가 공식 행사에서 자취를 감췄고, 윤 대통령 부부가 휴대폰을 교체했다는 기사까지 나왔지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반등의 지점은 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민들은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했는데 휴대폰만 바꿨다’(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 평가는 72%에 이르렀다. 부정 평가 이유에선 ‘경제·민생·물가’(15%)가 ‘김건희 여사 문제’(12%)를 제치고 1위였다. 동아일보는 30일 사설에서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라며 “차갑게 식어 버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선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한데, 세수 부족으로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1∼10월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조7000억 원 줄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사과 기자회견’ 이후에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여론을 드러내고 있다. 기자회견 당시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모르겠다’는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질문이 상징하듯 국민들은 대통령의 애매한 입장에 실망했다. 이런 가운데 홍철호 정무수석은 기자 질문이 무례했다고 막말했고, 정진석 비서실장은 “유럽도 20% 넘기는 정상들이 많지 않다”며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최근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 골프 논란에 해명하며 “한 부사관은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김건희 특검범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경향신문은 29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교수와 연구자들이 지난 28일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보다 심각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의료 붕괴, 경제 파탄, 언론 탄압, 김건희 여사의 공천·국정 개입 의혹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 지지율은 3주 만에 10%대로 되돌아갔다. 윤 정부가 경제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여론은 민생 파탄을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낸다”며 “윤 대통령과 여권은 시국선언에서 표출된 민심을 두려운 마음으로 성찰해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 국정 수습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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