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즈니스포스트] 국제플라스틱협약의 초안 발표를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명시하는 부분을 두고 각국 입장차가 첨예한 상황이다.
이에 유엔뿐 아니라 기후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협상 진전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환경단체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에서 이날 오후 합의문 초안이 발표될 계획이 잡힌 것으로 파악된다.
루이즈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은 합의문 초안 발표를 앞두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세부 조항들을 놓고 각 접촉 그룹과 협의를 숨가쁘게 진행한다.
협의 내용으로는 △플라스틱 공급 문제 △플라스틱 생산 및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우려 화학물질 사용에 관한 규제 △조약 이행을 위한 재원과 관련 체계 구성 등이 포함됐다.
이번 협약문 초안은 12월1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 동안 최종 협약문의 기초문서로 논의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환경단체들은 협약문 초안 발표 계획이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나온 것에는 환영 의사를 보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이릭 린데붸에르그 세계자연기금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분과별 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해 비생산적이라는 불만이 계속해서 제기됐다”며 “이에 전날 본희의에서 일부 국가의 지연 전략에 맞서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고 의장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데퀘에르그 책임자는 “협상단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필요한 강력하고 야심찬 조치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자연기금, 그린피스, 풀뿌리연대,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국제환경법센터(CIEL) 등 시민단체연합은 29일 벡스코 회의장 앞에서 협상 진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연합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도 각국 정부 대표단은 지지부진한 태도로 일관하며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대표단의 결단력과 2년 전 전 세계와 약속한 협약을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이 난항을 겪는 원인은 강력한 조약의 핵심이 되는 플라스틱 생산에 관한 규제가 합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은 28일 플라스틱 생산 규제에 관한 논의 결과에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녹색 4단계로 구분되는 점수표에서 두 번째로 낮은 주황색 점수를 부여했다.
이번 국제플라스틱협약 논의에서 특정 플라스틱 제품과 관련된 전 세계적 구속력 있는 금지 조치 및 단계적 퇴출에 관한 사항에 대다수 국가들이 찬성했다. 그러나 산유국들을 비롯한 소수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어 각국 대표단은 공식 논의 종결 이후에도 비공식 협의에 나섰으나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지지부진한 협상을 타개하고자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제품 설계 규제 등 일반적 기준과 지침을 협약에 담는 대신 목표 연도와 감축 비율은 각국 자율에 맡기자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연합은 “절충안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자발적 조치에 의존한 약한 협약으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불필요한 피해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에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향한 우려가 커지자 유엔환경계획(UNEP)도 공식성명을 발표하고 신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속도대로라면 우리는 우리가 가야할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매우 분명하다”며 “대체로 국제회의들이 수요일만 돌아오면 협상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게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회원국과 참가자들이 지금 이곳에 있었던 모든 참석 연사들로부터 들었던 합의에 도달하는 데 집중할 것을 요청한다”며 “여기에는 선의와 속도가 필요하며 우리는 모두가 이번 협약 성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이야말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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