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준호(65)씨는 4개월 전부터 점심시간마다 명동성당으로 향한다. 미사를 드리러 가는 게 아니다. 최종 목적지는 성당 별관인 가톨릭회관 지하 구내식당. 지난 22일 낮 12시쯤 이씨는 구내식당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익숙한 듯 식권을 사고 배식을 기다리는 줄에 합류했다. 그는 “그간 점심시간마다 가격이 괜찮으면서 맛도 좋은 식당을 찾아 다녔는데, 여기 음식이 손에 꼽힌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30분쯤 가톨릭회관 구내식당에서는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200석 규모인 식당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대기줄은 30m가 넘었고 15분쯤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인기 메뉴인 동태매운탕은 금방 동이 났다.
고물가 속 직장인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식당을 찾으면서 종교시설이 운영하는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당이나 교회, 절 등은 대부분 신자를 대상으로 구내식당을 운영하지만 일부는 모든 방문객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직장인들이 종교시설 구내식당까지 찾아오는 배경은 밥값 상승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았으나 외식 물가는 2.9%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식당에서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은 평균 9385원이다. 1년 전(8962원)보다 약 5% 올랐다.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 있는 구내식당은 외부인에게도 식사를 판매하고 있다. 식권은 키오스크에서 5500원에 살 수 있고, 두 가지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밥과 국, 반찬 4개, 후식으로 과자가 제공되고, 자율배식이어서 음식을 원하는 만큼 퍼서 식판에 담을 수 있다. 이모(43)씨는 “요즘 밖에서 식사하려면 보통 최소 9000원, 많게는 1만3000원을까지 써야 한다”며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질 좋은 점심 한끼를 위해 자주 온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는 서래원 공양간에서 순두부짬뽕과 떡만두국, 우동 등 9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26일 찾은 서래원에는 불교 신자와 관광객들 사이에서 목에 사원증을 맨 직장인들이 인기 메뉴인 잔치국수를 먹고 있었다. 이곳의 잔치국수는 6000원이다. 가까운 코엑스몰에서 판매하는 잔치국수 가격(8000원)보다 저렴한 편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 인근 ‘블레싱식당’은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지구촌교회에서 운영하는 구내식당이다. 신자가 아니어도 5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다. 27일 이곳을 찾은 김영섭(58)씨는 “이 가격에 이만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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