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이곳이 가장 낙후됐죠. 위험을 자주 느끼기도 합니다.”
지난 26일 오전 9시30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능해길 77번길.
낡은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에선 곳곳에 금이 간 건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기울어진 담장을 지탱하는 목재형 지지대에 시멘트를 발라 고정한 주택도 눈에 띄었다.
앞서 관할 지자체는 2019년 이곳을 ‘미추홀구 도로명 주소 특화골목’으로 선정하고 주택가 담벼락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현재는 벽면 곳곳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시멘트 일부가 떨어져 나가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주택가에는 빈집도 있다. 인기척이 없는 집 내부는 쓰레기와 깨진 빈 병으로 가득했다.
주민 A(79·여)씨는 “장마 때마다 지붕에서 물이 새 전기가 자주 나간다. 담벼락도 기울어져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주민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건물에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29일 구에 따르면 능해로 77번길 일원은 2019년 ‘비룡공감 2080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지정된 바 있다.
뉴딜사업은 낙후지역으로 전락한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용현동 568의 83번지 일원에서 14개 사업이 추진돼왔다.
구는 능해로 77번길 일원에 도로를 개설해 주민들이 건축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려 했으나 주택 소유자 동의와 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능해로 77번길 일원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사업 구조 조정을 거쳐 뉴딜사업 대상지 지정이 취소됐다.
구 관계자는 “해당 주택가를 개발하거나 수리할 계획이 없다.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하는 등 자율적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 복지와 관련해 행정복지센터에서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준기 기자 ho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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